국민여론조사 주요 결과 개요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바른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전체 응답자 1,000명의 성별·연령·지역 분포는 인구 비례에 따라 표본을 할당했고(남녀 비율 49.9:50.1, 연령 20대~70대 고르게 분포), 지역별로도 수도권 51.7%, 충청권 10.6%, 호남권 9.4%, 경남권 14.8%, 경북권 9.4%, 강원·제주 4.1% 등으로 전국을 대표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국민 대다수의 인식과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시각자료와 함께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제네릭 의약품 효과에 대한 인식: “성분이 같으면 제조사가 달라도 효과는 같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6.5%, “효과는 다르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33.5%로 나타났다. 즉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제네릭 의약품의 효능을 오리지널과 동등하게 신뢰하지만, 3명 중 1명은 여전히 제네릭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지만, 상당수 국민이 품질 문제 등에 불안을 느끼는 비율도 무시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와 70대에서 “효과가 다르다”는 응답이 각각 약 38~40%로 높게 나타나 젊은 층과 고령층의 제네릭 불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50대의 경우 “효과 다르다”는 응답이 약 29%로 가장 낮아, 중장년층에서 제네릭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 약사의 대체조제 허용 여부: “의사나 환자 동의 없이 약사가 처방 의약품을 동등한 제네릭으로 바꾸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국민 4명 중 3명에 이르는 76.3%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찬성은 16.8%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9%였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의사 또는 환자의 사전 동의 없는 약사 대체조제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74.1%, 여성의 78.4%가 반대하여 여성 쪽이 약간 더 부정적이었다. 연령대별로도 전 연령층에서 70%를 넘는 다수가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처방의약품을 약사가 임의로 바꾸는 행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매우 크며, 전문성 측면에서 “처방은 의사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강함을 보여준다.

• ‘성분명 처방’ 제도에 대한 인식: 의사가 약의 성분명만 처방하고 구체적인 제품 선택은 약사가 하도록 하는 일명 ‘성분명 처방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47.5%, 찬성 43.9%로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잘 모름 8.6%). 응답이 찬반 양측으로 갈렸으나, 반대가 오차범위 수준으로나마 앞서는 결과로 국민 여론은 성분명 처방 강제화에 대해 부정적 경향이 우위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50대에서는 찬성 응답이 과반을 넘는 등 세대별 차이가 일부 존재했으나, 20~40대 젊은층과 60대 이상에서는 반대가 더 많았다. 자유응답 등에서 반대 이유로는 “약 선택 권한은 의사에게 있어야 한다”, “약사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 “환자가 매번 다른 회사 약을 받게 되면 불안하다” 등의 우려가 제기되었다. 전반적으로 국민들은 성분명 처방을 법제화하여 처방권을 제한하는 조치에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 ‘국민선택분업’ 도입에 대한 선호: 현재처럼 “처방은 병의원, 조제는 약국”으로 고정된 분업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8.6%에 불과한 반면, “환자가 원하면 의약품 조제를 병의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이른바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이 67.3%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잘 모름 4.1%). 다시 말해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현행 의약분업의 절대적 원칙을 완화하여, 처방전 기반의 약국 조제 외에 환자에게 조제 장소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공감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일수록 선택분업 도입 찬성 비율이 높게 관찰되었다는 점에서 의료편의 증진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서 국민선택분업이 설득력을 갖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비대면 진료 시 약 배송 허용 여부: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약을 택배 등으로 배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 52.4%, 반대 44.4%로 찬성이 다소 높았다 (잘 모름 3.2%). 과반의 국민이 비대면 진료 시 처방약을 약국 방문 없이 받는 서비스에 찬성하고 있었으며, 특히 젊은 층과 직장인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 반대 입장도 40%대를 차지했는데, 반대자의 주요 이유로는 “약물 오남용 우려”, “대면 복약지도의 부재”, “배송 중 약품 관리문제” 등이 거론되었다. 지역별로는 약국 접근성이 좋은 도시지역일수록 반대가 높고, 도서·농어촌 지역 주민일수록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 흐름 속에서 약 조제·수령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이상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들은 현재 정부와 일부에서 추진 중인 몇몇 정책 방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의사 처방권을 제약하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나 약사의 대체조제 권한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했고, 오히려 환자 편의를 증진하는 대안으로 선택분업 등 새로운 접근을 선호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정책적 시사점 및 제언

이번 여론조사 결과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논의 중인 의약품 처방·조제 정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1. 성분명 처방 강제화에 대한 재고: 국민 여론은 성분명으로만 처방하도록 의사를 법적으로 묶는 방안에 대해 찬성보다 우려가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면 매 처방 시 환자가 이전과 다른 회사의 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치료의 연속성과 환자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성분명 처방 시 매번 약효와 제형이 다른 약으로 바뀌어 환자가 혼란을 겪을 수 있고, 부작용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환자 개인별로 최적의 약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영역인 만큼, 정부가 획일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여론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제네릭 사용 장려는 강제가 아닌 자율과 인센티브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성분명 처방 강행 시 나타날 수 있는 약화사고 등에 대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2. 약사 대체조제 절차 간소화에 대한 우려: 국회에서는 최근 약사가 의사 사전동의 없이 동일 성분 약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사후통보 절차도 간소화하는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였으나, 국민 76%가 이에 반대할 만큼 부정적 여론이 뚜렷하다. 동의 없는 약 변경은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현행 법령도 약사가 대체조제 시 환자에게 변경 사실을 고지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환자가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 사전 동의 절차 없이 약을 바꾸면 이러한 환자 자기결정권이 무시될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복약 순응도가 약 변화에 따라 떨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체조제는 의료진의 책임소재 혼란과 의약분업 질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체조제 확대 정책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안전장치 마련 없이는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3. 환자의 알 권리·선택권 및 의사의 처방권 보장: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는 “의사는 처방을, 약사는 조제를 담당”하여 전문성을 살리자는 것이지만, 그 전제에는 환자가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치료과정을 이해할 권리도 포함된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환자에게 투약 변경 사실을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절차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이 유념해야 한다. 특히 의약품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의약품 선택에 있어 환자 본인과 처방의사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해외 선진 사례에서도 결국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의 선택을 최종적으로 존중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의약분업 정책도 “환자 중심”, “의료진-환자 간 신뢰”라는 큰 원칙 아래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4. ‘국민선택분업’ 등 환자편의 증진 대안 검토: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 국민 다수는 의약분업의 일률적인 틀에 유연성을 부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환자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대안으로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선택분업’이란 환자 본인이 약 조제 장소를 병의원 또는 약국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현재처럼 무조건 처방전 들고 약국을 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예를 들어 환자가 원하거나 상황이 긴박한 경우 진료받은 의료기관에서 곧바로 약까지 조제 받아 원스톱으로 귀가할 수 있고, 반대로 약국 조제를 선호하면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갈 자유도 유지된다. 국민 선택권을 확대하면서도 약사 직능을 배제하지 않는 절충안인 셈이다.

이러한 선택분업 도입은 ①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중 방문 불편 해소로 환자 편의 증대, ② 처방 의사로부터 직접 복약지도를 듣고 약을 받을 수 있어 의료서비스 만족도 향상, ③ 중복 행정절차 감소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 가능성, ④ 약국이 적은 지역에서 의약품 접근성 격차 완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선택분업 도입 과정에서 단계적 시행이나 의료기관 조제 시 안전장치 확보(예: 자동조제기 도입, 병원약사 참여, 조제 간호사 교육 등) 등의 보완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의료진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국민선택분업은 충분히 검토 가치가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국회는 다수 국민의 선호를 반영하여 국민선택분업 시범사업 등 실증적 검토에 나설 것을 제언한다.

5. 제도 변화 추진은 신중한 사회적 합의로: 의약분업 시행 25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되 자칫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역효과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졸속 입법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환자 중심의 협력적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요구를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 보건당국, 의료계와 약계, 시민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충분한 정보와 근거에 기반한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계와 약계가 대립을 넘어 환자 편익을 증진하는 공동 목표 아래 지혜를 모은다면, 분명 국민을 안심시키고 만족도를 높일 혁신적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앞으로도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국회와 정부에 환자 중심의 의약분업 제도 업그레이드를 적극 촉구할 것이다.

                                                         2025년 11월 14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