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워킹맘 한 모 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이에게는 큰 변화인 입학을 앞두기도 했고, 무엇보다 평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는 성향이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 씨는 1년 동안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직접 등하교를 도울 계획이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를 가진 정모 주부도 최근 개학날이 다가오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년이 바뀌면서 새 친구들을 사귀고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학교가 가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을 때다. 반면 일부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벌써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설마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니겠지?’ 등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사진)는 “아이가 불안감을 느끼면 보호자는 함께 동요하기보다는 평정심을 가지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입학 전 아이의 건강상태와 심리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 교수는 "아이가 불안감을 없애고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학기 초에 아이의 학교생활을 잘 살피고 불안감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등교 거부증, 집단 따돌림, 주의력 결핍, 틱장애 등을 빨리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불안, 우울, 초조함, 짜증 등의 정서적 증상을 겪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방치하면 악순환이 반복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중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등교 거부증’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막연히 배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말대로 병원에 데려가지만, 당연히 특별한 이상은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꾀병으로 판단해 혼을 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방 교수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오는 등 등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배가 아프다 등의 신체 증상에는 무관심하되 아이의 등교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호자와 이별하는 두려움을 놀이치료를 통해 극복하거나, 불안의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야 한다. 

등교 거부증 외에도 ‘집단 따돌림’ 역시 적응 장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주로 또래와 친해지기 어려운 아이들이나, 자기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집단 따돌림에 대해 방 교수는 "부모가 평소 자녀와 많은 대화를 통해 생활 태도를 살펴보고 친구 사귀는 방법 등을 조언해주는 것이 좋다"며 "만일 또래들에게 심하게 따돌림을 당해 등교에 공포심을 느낄 정도가 되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 교수는 "산만한 아이의 경우 야단보다는 충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의가 산만하고 활동이 부산스러운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의 부모들은 이러한 아이에게 잔소리를 쏟아내지만, 주의력 결핍 등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무의미하다. 이에 방 교수는 "학기 시작 무렵 교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도로 협조를 구해도 좋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 치료제 복용과 상담치료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으니 상담을 권유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방 교수는 취학 전 스트레스로 발생할 수 있는 '틱' 장애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방 교수는 "시도 때도 없이 어떤 특정 동작을 하거나 음성을 내는 '틱' 장애는 아이들이 비교적 흔하게 겪는 현상이다"며 "너무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너무 잦은 지적과 야단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