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을 적용하면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는 80% 이상 취소 할 수 밖에 없다" 

2일 관계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약-의료기기 단체 등과 협의,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종협의 과정에서 의료계 단체는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지난달(23일) 복지부가 의협에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했지만, 그외에 우리와 협의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의 이 같은 말은 어떤 분야이든 공정경쟁규약은 절대 상호성을 갖는 것인데, 복지부가 이를 고려한 최종의 의견조율 절차를 생략했다면, 행정당국의 의도대로만 끌고가기 위한 형식절차만을 밟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을 이달 중순경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늦어도 7월전엔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새 공정경쟁 규약이 수정없이 적용된다면 국내에서는 국제학술대회 개최가 거의 불가능 할 것으로 보고있다. 

▶복지부의 현행 공정경쟁규약 제3조 8항은 <발표자, 토론자가 아닌 청중으로 참가한 보건의료전문가 들이 5개국 이상에서 내한해야 한다>로 돼있다.

그런데 개정은 "'발표자, 토론자가 아닌 청중으로 등록비를 납부하고, 학술대회의 참가를 목적으로 입국한 해외 보건의료전문가들이 5개국 이상에서 참석하여야 한다'로 개정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내용을 충족, 국내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면, 이전을 기준으로 80% 이상은 취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소한 '기존' 유지가 기본"임을 의협은 지적하고 있다. 

의협은 2011년(8월부터)~2015년(11월)까지 국내개최 국제학술대회는 119건 이었는데, 만약 복지부 개정안 대로 '기준'이 강화적용 된다면 요건충족, 학술행사 개최 건수는 20건(16.8%), 불합격이 99건(23.2%)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는 의사 등 청중이 해외학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국내 의학자 등이 해외석학들의 강의를 영상 등으로 보고-듣고-토론, 해외 유명연구자와 국내 연구자들이 학술적인 교류를 함으로써, 쌍방의 의학산업 발전을 도모는데 큰 목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국내개최 국제학술대회에서 외국인 청중이 150명 이상이 등록비를 내고 참석하는 대회는 거의 없다"고 단정한다. 

따라서 "개정규약 대로라면 해외 의학자들과의 교류-공동연구 등이 봉쇄 당하는 결과를 가져와 추후 학문적 발전의 정체,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협은 "결국 의학 정보의 교류를 위축시켜 국내 의료수준의 질을 저하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복지부의 '개정안'에 동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의협의 문제점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공정경쟁규약 제 5조 금품류 제공의 제한, 제 8조 학술대회 개최-운영지원 부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5조는 사회적 의례행위(경조사비, 명절선물, 소액물품 제공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상관례, 명절선물, 경조사비' 등은 인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학술대회에 소요되는 총비용(다만 제품설명회 부분 소요 비용은 제외)의 100분의 30 이상을 해당 학술대회 참가자로 부터 받는 등록비 등 자기부담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제 8조 개정안도 완화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학술대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적인 부분이 있는데, 대회 종료 후에 결산한 잉여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보다, 학술대회와 연관된 사업은 차기 학술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 전반에 대해 "학술대회 추진을 현저히 위축시킨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협은 자사제품 설명회 등에 대한 추가 개정도 복지부에 건의했다.

"공정경쟁규약 제 10조 자사 제품설명회 에서 온라인 설명회 또한 기념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과 "강연 및 자문료에서 삭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즉,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경우 5만원 이하의 기념품이 가능하나, 온라인상 에서는 5만원 이하의 기념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공정경쟁규약의 취지에 맞게 같은 적용을 하거나 사이버 포인트 지급 등이 가능토록 규칙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연료 및 자문료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 개선을 제시했다. 

사안에 따라 "특정 보건의료전문가나 다수의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강연료 또는 자문료를 미리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반드시 서면계약을 체결토록 '강제' 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라고 지적, 개선을 촉구했다.

▶세부운용기준 학술대회 참가지원, 전시 및 광고의 수정도 요구했다.

학술대회 참가를 위한 교통비, 등록비, 식대, 숙박비 지원 부분도 탄력적 수정이 필요하다. 

항공권의 경우는 시기에 따라, 잔여좌석의 수에 따라, 환불가능·불가, 예약 변경시 수수료 유무 등 조건에 따라 같은 노선이라도 다양한 가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탄력적 적용이 필요한데 힉일적용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개정기준은 통상 미국 및 유럽으로의 항공권 가격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직항이 없는 도시의 경우 직항지까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등록비도 '사전등록비'로 지원을 제한하지 말고, '현장등록'도 인정토록 수정이 필요하다. 학술대회 기간에 숙박비-식대-현지 교통비 등이 평소보다 현지 물가가 1.5~2배 정도 올라가기 때문에 숙박비는 '공무원 여비규정'이 아닌, 별도의 산정기준 마련이 더 합리적 이라고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김주현 대변인은 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사나 의사단체들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대부분의 학술대회는 1~2년 전부터 준비하는 만큼 갑작스럽게 바꾸면 안된다"며 일정기간의 유예도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복지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