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모든 자율적인 결정은 존중 받아 마땅하며, 의사들은 정부의 겁박과 온갖 가짜뉴스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자발적 포기라는 비극적 결정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은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속에 감춰져 있던 환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전공의가 없다고 해서 병원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피교육자 신분임에도 수련병원 의사 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자, 수련병원들의 기능이 사실상 멈추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싸고 질 좋은 의료는 사실상 이 젊은 의사들의 청춘과 육체를 갈아넣어서 만들어진 허상이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희생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보다 공익이 우선된다는 궤변을 들이대면서 희망을 잃고 포기라는 결정을 내린 그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we need U'라는 이름의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자신의 삶보다는 우리의 생을 위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의사들은 동영상에 나온 '자신의 삶보다는 우리의 생을 위해'라는 표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는 바로 공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는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강요된 희생은 폭력입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대한민국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정부라면, 더 이상 특정 소수 집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폭력을 저지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현 사태와 정부의 대응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자꾸만 집단행동이라는 억지 표현을 쓰지만,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치고 있습니다. 애초에 집단행동이라면 전체가 같은 행동을 보였겠지만, 사직서를 내지 않고 근무를 이어 간 전공의도 다수 존재했고, 이탈 후 자유 의사에 의해 복귀한 전공의들도 있었습니다. 사직서 제출과 일부 복귀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보았을 때, 전공의들의 자발적 포기는 집단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 행동이기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모든 결정은 존중 받아야 합니다. 모 의사 커뮤니티에서 복귀한 전공의들의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일부 불만이 있는 국민들이 그 불만을 토로했다고 해서, 구속까지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경찰의 행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대한민국에 올바른 의료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서로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최종적인 목표는 같기에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의사들의 신념을 파괴하려는 불합리한 압박에는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하나 되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선택을 이어나가고, 정부의 어떠한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를 비롯한 일부 세력들은 초조한 내색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급기야 의사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의사들이 이어나가는 행동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생산하여 퍼트리고 있습니다.
어제 의협 비대위의 내부 문건을 폭로한다는 글이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을 확인한 결과, 게시물의 내용은 비대위에서 작성된 적이 없는 명백한 가짜뉴스이고 조작된 허위 문건이었습니다.
이에 의협 비대위에서는 해당 게시글의 게시자를 형사 고소할 것이고, 이를 통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할 것입니다. 또한 사문서 위조 및 허위사실 유포가 명백함에도 이를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기사화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팩트에 기반한 공정 보도 원칙을 지켜 줄 것을 요청하고, 시정되지 않을 시 강경하게 대응 하겠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우려했던 대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일부 의대에서는 학생들의 집단 유급이 현실화 되고 있고, 교수님들의 사직서 제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태하지만 잘 유지되고 있던 현 시스템을 떠받치던 기둥을 잘라낸 것도 정부이고, 시스템이 무너지려하자 온갖 어이없는 대책을 남발하면서 수습하려고 하는 것도 정부입니다. 정부의 폭주가 지속되며 언론과 여론도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드디어 시스템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에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작금 대한민국 의료몰락의 원인이 정부 주장대로 의사수 부족에서 가인한 것인지 아니면 14만의사의 주장대로 잘못된 정책이 누적된 결과인지 원점에서 진지하게 토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 큰 오류가 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정부의 패배도 아니고 실패도 아닙니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 정착과 진정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서 의료계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정부의 메세지를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 변화만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구해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3월 8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