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그 손상은 대부분 소리 없이 진행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6.3%로 조사됐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해 70세 이상에서는 25.9%로 나타나 4명 중 1명 꼴로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콩팥(신장)은 강낭콩 모양의 장기로 척추 양옆 등 쪽에 하나씩 자리하며 ‘몸속 정수기’ 역할을 한다.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 수분·전해질·산염기 균형을 유지하고 혈압 조절과 적혈구 생성, 뼈 건강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문제는 콩팥이 기능의 절반 이상을 잃을 때까지도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콩팥은 흔히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 저하 또는 혈뇨·단백뇨와 같은 콩팥 손상의 증거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콩팥 기능은 사구체여과율(eGFR)로 평가하며, 정상(1단계)부터 콩팥 기능이 거의 남지 않아 투석·이식이 필요한 5단계로 나뉜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혈당과 혈압은 콩팥의 미세혈관을 손상시켜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최근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상당수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
병이 진행되면 다리나 눈 주위가 붓는 부종, 야간뇨, 거품뇨, 피로감,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콩팥 기능이 상당 부분 저하된 경우가 많아 증상만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기 발견의 핵심은 정기적인 검사다. 혈액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과 사구체여과율(eGFR)을 확인하고, 소변검사로 단백뇨 여부를 평가한다. 당뇨병·고혈압 환자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는 원인 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혈압과 단백뇨를 줄이는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빈혈이나 미네랄 골질환, 전해질 불균형, 대사성 산증 등 합병증을 함께 관리해 콩팥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만약 말기콩팥병(5단계)에 이르면 혈액투석, 복막투석 또는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 요법이 필요하다.
생활습관 관리 역시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당뇨병의 꾸준한 치료, 적정 체중 유지, 저염식 실천,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적절한 수분 섭취, 정기적인 소변·혈액검사 등을 만성콩팥병 예방과 관리의 핵심 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 상태에 따라 단백질과 칼륨 섭취를 조절하고 처방받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장내과 김지은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검사하지 않으면 콩팥이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며,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분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 콩팥 기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 떨어진 콩팥 기능은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라며,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저염식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만성콩팥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