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후성 심근증 심방세동 위험 가려내는 ‘좌심방 4단계 병기 체계’ 개발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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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환자, 1기보다 심방세동 위험 최대 7.4배…좌심방 압력·수축 기능 종합해 4단계 분류 10년 누적 심방세동 발생률 1기 4.8% → 4기 49.1%…외부 코호트에서도 결과 재현

성인 200~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유전성 심장질환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좌심방 병태생리가 밝혀졌다. 심초음파로 평가하는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 두 지표를 조합해 1~4기 병기로 나눈 것이 특징이다. 이 병기에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4기 환자는 가장 낮은 1기 환자보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최대 7.4배 높았다. 이번 연구 성과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방세동 감시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좌심방 병태생리에 대한 도식
[그림 1]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좌심방 병태생리에 대한 도식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팀은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비후성 심근증 환자 705명(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평균 57.6세)을 약 7.5년간 추적 관찰해 좌심방의 압력과 수축 기능에 따른 4단계 병기 체계를 제시하고,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잘 이완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완기능 장애가 진행하면 좌심방 압력이 높아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거나 섬유화되면서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은 이 질환에서 가장 흔한 지속성 부정맥으로, 뇌졸중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위험 인자다. 실제로 이번 연구 코호트에서도 추적 기간 동안 환자의 14.3%(101명)에서 심방세동이 새로 발생했다. 

현재 진료지침은 고위험 환자에게 매년 또는 2년마다 심전도와 홀터 검사로 심방세동을 감시하도록 권고하지만, 어떤 환자가 고위험군인지 가려낼 근거는 부족했다. 기존 지표인 좌심방 크기는 오랜 압력 부하가 누적된 결과를 보여주는 비교적 늦은 지표여서, 좌심방이 압력 상승에 어떻게 적응하고 기능이 저하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심장 초음파를 통해 측정 가능한 좌심방 수축 기능(변형률)과 좌심방 압력을 함께 분석해 좌심방의 기능적·혈역학적 상태를 단계별로 분류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병기 체계는 ▲1기(정상):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이 모두 정상인 단계 ▲2기(과보상): 상승하는 좌심방 압력에 맞서 좌심방 수축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단계 ▲3기(기능 저하): 압력은 높지만 수축 강화가 사라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단계 ▲4기(탈진): 압력은 높고 수축 기능은 정상 하한 아래로 떨어진 단계로 분류된다. 이와 별도로 좌심방 압력은 정상이지만 수축 기능만 저하된 ‘고립성 좌심방 수축 기능 장애’군도 확인됐다. 

전체 환자 중 1기는 18.6%, 2기는 40.6%, 3기는 25.7%, 4기는 10.9%였다.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1.83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보정 위험비 1.83, 95% 신뢰구간 1.42~2.37). 

[그림2] 좌심방 병기에 따른 심방세동 발병 위험 (Kaplan-Meier 곡선)
[그림2] 좌심방 병기에 따른 심방세동 발병 위험 (Kaplan-Meier 곡선)

10년 누적 신규 심방세동 발생률은 1기 4.8%였던 반면 2기 16.7%, 3기 23.9%, 4기 49.1%로 병기가 높아질수록 늘었다. 이 좌심방 병기를 기존 심방세동 위험 예측모델인 CHARGE-AF와 HCM-AF 점수에 추가하자, 향후 10년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성능도 유의하게 향상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외부 검증에서도 재현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25명(평균 59.7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2배씩 증가해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코호트와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또한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서 심방세동 발생 시 나타날 수 있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 역시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증가할 때마다 1.81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단계당 보정 위험비 1.81). 특히 3~4단계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약 1%에 달했다. 

특히 연구팀은 첫 심초음파 검사 후 4~6년 뒤 추적 검사가 가능했던 환자 217명의 추가 분석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현재 병기를 유지하거나 더 높은 병기로 진행하는 것을 밝혔다. 39.6%는 같은 병기를 유지했고, 43.8%는 더 높은 병기로 진행하거나 심방세동이 발생해, 좌심방 병기가 연구팀이 제안한 순서대로 진행함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병기별 심방세동 위험이 뚜렷하게 다른 만큼, 1기처럼 위험이 낮은 환자는 감시 강도를 다소 낮추고 4기처럼 위험이 높은 환자는 더 촘촘히 모니터링하는 등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감시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임재현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번 연구는 좌심방이 높아진 압력에 적응하다가 결국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시점을 찾고, 고위험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조기에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순환기내과)는 “좌심방은 그동안 좌심실 기능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적응하고 소진되는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독립된 두 환자군에서 이 지표를 바탕으로 한 병기가 심방세동 예측에 일관된 가치를 보인 만큼, 앞으로 심초음파 판독 과정에 이 병기 평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 본지인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F 22.3)’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

■ 참고자료

- 비후성 심근증: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medid=AA0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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