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두경부암 전이·면역회피 유발하는 ‘핵심 단백질’ 찾았다

장석기 기자
| 입력:

연세의대 박영민 교수팀, 美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과 공동 연구 전사인자 'ETS1'의 암 악성화 및 면역 저항성 메커니즘 규명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암인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원격 전이와 면역항암제 내성을 동시에 일으키는 핵심 유전자 조절 경로를 밝혀내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 :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
사진 :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암인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원격 전이와 면역항암제 내성을 동시에 일으키는 핵심 유전자 조절 경로를 밝혀내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연구팀과 함께 단일세포 전사체(scRNA-seq) 분석을 통해 전사조절인자 ‘ETS1’이 암세포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동시에 주도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했다.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은 구강, 인두, 후두, 식도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치료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폐·간 등으로 원격 전이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며, 특히 하나의 종양 내에서도 세포별 유전자 발현이 다른 ‘종양 내 이질성’과 낮은 면역항암제 반응률로 인해 치료에 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종양 내 이질성을 구성하는 7개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규명했다. 이 중 상피세포와 중간엽세포의 특성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상피-중간엽이행(hEMT)' 프로그램이 암세포의 원격 전이 능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앞선 여러 연구에서도 hEMT 신호가 높은 환자군은 생존율이 낮고 림프절 전이가 잘 발생한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전사인자 ‘ETS1’이 hEMT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핵심 인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유전체 결합(ChIP-seq) 분석 결과, ETS1은 50개의 hEMT 유전자 중 36~40개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의 전이 능력을 촉진했다. 

 실제 동물실험에서 암세포에 ETS1 단백질을 과발현시킨 실험쥐는 100%에서 폐·간·신장 등 전신 전이가 나타난 반면, 대조군은 11%에 그쳤다(P=0.0004). 반대로 암세포 내 ETS1을 억제하자 전이 발생률이 87.5%에서 25%로 대폭 감소했다(P=0.04). 

(표) ETS1 단백질 발현에 따른 실험쥐 암 전이 비교.
(표) ETS1 단백질 발현에 따른 실험쥐 암 전이 비교.

암세포 내 전사조절인자 ETS1을 과발현시킨 실험쥐 그룹에서 폐·간·신장 등 전신 장기로의 원격 전이가 100%(9/9마리) 발생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11%(1/9마리)에 그쳤다. 반대로 ETS1 발현을 억제(shETS1)하자 원격 전이 발생률이 87.5%(7/8마리)에서 25%(2/8마리) 대폭 감소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ETS1이 전이뿐 아니라 면역 회피까지 주도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ETS1이 또 다른 전사인자인 STAT1과 면역관문 분자 PD-L1의 전사를 직접 활성화해 T 림프구의 종양 내 침투를 막고, 면역세포가 접근하기 어려운 ‘면역 결핍형(immune-cold)’ 종양미세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은 976명의 환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ETS1 활성이 높은 종양은 뚜렷한 치료 저항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4,687개 화합물을 대상으로 대규모 약물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ETS1 고발현 암세포가 열충격단백질 억제제인 ‘HSP90 (알베스피마이신, STA9090)’에 선택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HSP90 억제제는 저산소유도인자(HIF1α)가 ETS1 프로모터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ETS1 발현 자체를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정상 면역을 가진 실험쥐에 HSP90 억제제와 항 PD-1 면역치료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단독 투여군 대비 종양 성장이 유의하게 지연되고 생존 기간이 가장 크게 연장됐다(P〈0.0001). 

 박영민 교수는 “연구를 통해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원격 전이와 면역 회피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전사인자 ETS1이 지휘하는 하나의 악성화 과정에서 비롯됨을 규명했다. ETS1 활성도를 면역치료 저항성 환자의 사전 선별 바이오마커로 활용하고, HSP90 억제제와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하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행하는 암 생물학 및 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IF 22.6)’에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유도하는 하이브리드 상피-중간엽이행 프로그램의 핵심 조절인자 ETS1 규명(ETS1 Orchestrates a Hybrid EMT Program Driving Metastasis and Immune Evas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
Este artículo no está disponible en el idioma seleccionado. Se muestra la versión orig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