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의료비용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검체검사 분야를 과하게 보상되는 영역으로 평가하고, 검체검사 수가 조정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중증·응급, 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필수의료 지원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민 건강을 위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의료기관 검사실은 필수의료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임상미생물검사는 폐렴, 결핵, 인플루엔자, 패혈증, 항균제 내성균, 코로나19 등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과 병원체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 중증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 감염병 관리, 수혈 안전, 암 및 유전질환 진단 등 현대 의료의 거의 모든 과정은 정확하고 신속한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의료기관 검사실은 24시간 운영체계, 전문 인력 확보, 품질관리, 숙련도 평가, 장비 및 정보시스템 유지, 검사실 인증 등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임상미생물검사실은 결핵 및 바이러스감염을 비롯한 다양한 감염병에 대한 진단검사, 항균제 내성 검사 및 예방 등 국가 공중보건 체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와 신·변종 감염병의 출현, 항균제 내성균의 확산, 정밀의료의 발전에 따라 진단검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결과는 적절한 치료와 의료비 절감, 환자 예후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연구들은 임상미생물검사실이 단순히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부서를 넘어, 패혈증 및 혈류감염 환자에서 적절한 항균제 치료를 앞당기는 핵심 임상 인프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혈액배양 양성 검체에 대한 신속한 균 동정과 항균제감수성검사, 신속 분자진단은 적절한 항균제 선택과 광범위 항균제의 조기 축소(de-escalation), 필요 시 항균제 확대(escalation), 오염균에 대한 불필요한 치료 중단 등 환자 치료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의 보상 체계만으로는 임상미생물검사실이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휴일·야간 및 24시간 검사 보고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진단 스튜어드십(diagnostic stewardship)과 항균제 적정사용(antimicrobial stewardship)의 실행을 제약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자 생존율 향상과 국가 항균제 내성 관리라는 공중보건 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상미생물검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은 개별 검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감염 환자의 치료 성과와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좌우하는 필수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비용 분석이 임상미생물검사실이 수행하는 전문적 판단과 검사의 품질관리, 감염관리 활동, 환자 안전 및 공중보건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체검사 분야를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보상을 축소할 경우, 의료기관 검사실의 인력 확보와 시설·장비 투자, 신기술 도입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 진료의 질 저하와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재석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은 “필수의료 지원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의료기관 검사실은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점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며, “진단검사의학은 필수의료의 재원을 잠식하는 분야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최소한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경호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보험이사(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는 “향후 수가체계 개편 과정에서는 단순한 비용 분석을 넘어 환자 예후 개선 효과와 감염관리검사 확대, 의료의 질 향상, 감염병 대응 및 공중보건 기여도 등을 함께 고려하는 가치 기반(value-based)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의료기관 검사실이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검사실에서 수행되는 약 3천여 종의 검사는 의료진이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높은 수준의 의료 효율성을 달성해 온 과정에서 형성된 중요한 의료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임상미생물검사실은 의료 효율성과 감염병 대응의 핵심 기반”
임상미생물검사실은 Robert Koch와 Louis Pasteur가 약 150년 전 확립한 기본적인 세균 배양기법부터, 미량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최신 유전자 검사기법까지 다양한 검사법을 활용해 병원체 진단과 치료 효과 판정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체검사 수가 개편이 일률적인 가치 조정 방식으로 이루어질 경우, 실제 병원체 진단검사의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향후 결핵, 폐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항균제 내성 세균 등을 포함한 여러 감염병과 병원체의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실 진단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감염질환에 대한 의료진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추진 중인 정책이 향후 의료 현장과 공중보건 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와 학계, 병원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앞으로도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단검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마련을 위한 학술적·정책적 제언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