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 A군은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고, 또래보다 옹알이도 적었다. 이유식에서 덩어리진 음식(고형식)으로 넘어가는 시기임에도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한 채 그대로 삼켜버리는 모습도 보였다. 부모는 ‘조금 늦는 아이도 있다’는 주변의 말에 기다려볼까 고민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

평가 결과 A군은 또래에 비해 눈맞춤과 상호작용, 옹알이 발달이 늦었고, 입과 혀의 움직임과 씹기, 삼킴 등 구강운동 발달도 함께 지연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부모와 함께하는 영아 특화 언어치료를 시작하면서, 언어뿐 아니라 삼킴(연하) 기능까지 함께 살피는 통합적 접근을 시도했다.
치료실에서는 아이와 표현을 촉진하는 놀이를 진행하고, 입과 혀를 자극하는 구강운동 활동을 병행했으며, 보호자에게는 아기 말투(Parentese), 차례 주고받기(Turn-taking), 반응적 상호작용 방법을 별도로 교육했다. 가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상호작용을 이어간 결과 A군은 반응이 늘고 다양한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첫 단어와 두 단어 문장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능력도 함께 좋아져, 이전에는 삼키기만 하던 고형식도 잘 씹어 먹게 됐다.
이처럼 언어치료는 말이 늦은 아이만 받는 치료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돌 이전 영아부터 언어발달을 촉진하는 조기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치료 대상도 옹알이와 눈맞춤 단계의 영아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병원장 이재성)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영아 특화 소아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생후 6개월부터 언어발달과 의사소통 능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언어발달은 첫 단어를 말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생후 7~11개월에는 반복적인 옹알이를 하고, 12개월 전후에는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거나 눈을 맞추고, 의미를 담은 첫 단어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눈맞춤이나 호명 반응이 부족하거나, 옹알이가 거의 없고 의미 있는 의사표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언어발달 지연의 신호일 수 있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중앙대병원의 영아 특화 소아 언어치료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보호자가 치료 과정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영아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와 함께 보내기 때문에 보호자의 상호작용 방식이 언어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언어치료사는 영아와 함께 놀이와 의사소통뿐 아니라 보호자를 대상으로 아기 말투(Parentese), 차례 주고받기(Turn-taking), 반응적 상호작용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부모에게 직접 코칭한다. 특히 아이 없이 보호자만 참여하는 별도의 코칭 시간을 운영해 가정에서도 치료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디벨롭멘탈 사이언스(Development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생후 6개월부터 18개월까지 보호자 코칭을 진행한 정상 발달 아동에서 언어발달이 가속화됐으며, 이러한 효과는 만 2세 6개월(30개월)까지 지속됐다.
또한 영아기에는 말소리와 씹기, 삼키기 기능이 같은 구강 구조와 신경계 발달을 기반으로 한다. 중앙대병원은 이러한 발달 특성을 반영해 언어뿐 아니라 연하(삼킴) 기능까지 함께 평가하고 치료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영아는 이후 말소리 발달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기 구강운동 자극을 통해 씹기와 삼킴 기능을 개선하고 언어발달까지 함께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신현이 교수는 “언어발달은 생후 수개월부터 시작되는 눈맞춤과 옹알이, 부모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기초가 형성된다”며, “자녀의 언어발달이 걱정된다면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미루기보다 조기에 정확한 평가를 받고 필요한 개입을 시작하는 것이 아이의 장기적인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아기 언어치료는 아이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상호작용 방식을 함께 바꾸는 과정이다. 보호자 교육과 발달 추적을 병행할 때 치료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한 중앙대병원은 정상 발달 영아뿐 아니라 미숙아, 뇌성마비, 유전자 질환 등 언어발달 지연 위험이 높은 영아를 위한 특화 조기개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의료진은 고위험군 영아의 언어와 인지, 먹기 기능을 통합적으로 평가해 발달 단계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며, 언어발달 성장 추이 보고서를 통해 보호자에게 발달 수준의 변화와 향후 치료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