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ICOMES 2026에서 첫 ‘환자 세션’ 개최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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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캐나다·일본 3국 “비만 정책, 당사자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대한비만학회(회장 김은미, 이사장 김민선)는 지난 9월 4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ICOMES 2026(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에서 비만 당사자의 목소리가 비만에 대한 이해와 치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논의하는 최초의 환자 세션 ‘환자에서 경험 전문가로(From Patient to Lived Experience Expert)'를 개최했다. 

사지 : ICOMES 2026 환자세션 ‘환자에서 경험 전문가 개최
사지 : ICOMES 2026 환자세션 ‘환자에서 경험 전문가 개최

이번 특별 환자 세션의 좌장은 김은미 대한비만학회 회장(숙명여대)과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맡았으며, 한국과 캐나다, 일본에서 비만 당사자 참여를 이끌어 온 세 단체가 발제를 진행했다.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김유현 이사장, 비만 캐나다(Obesity Canada) 이안 패튼(Ian Patton) 대외협력(Advocacy & Public Engagement) 이사, 일본의료정책기구(Health and Global Policy Institute, HGPI) 요시무라 에리(Eri Yoshimura) 시니어 매니저 등 세 연자는 비만 당사자의 경험이 왜 중요한지,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서 비만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 우리는 정말 비만을 ‘질환’으로 대하고 있는가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유현 이사장은 ‘비만 당사자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주제로 우리 사회가 비만을 질환으로 대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김 이사장은 “비만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같은 만성 대사성 질환이며, 체중 감량 후 리바운드(rebound)는 잘못된 습관으로 회귀한 것이 아닌 세트포인트(set point)로 복귀하려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비만은 여전히 개인의 통제력 부족이나 게으름 탓으로 설명되며, 이러한 비만 낙인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호르몬 상승, 폭식과 신체활동 기피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김 이사장은 생활스포츠지도사, 국제 퍼스널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하고, 운동만으로 60kg까지 감량한 경험이 있으나, 체중이 재증가하면서 보건소의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없었다며, 당사자가 치료 설계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김 이사장의 이러한 경험이 2013년 익명 자조모임으로, 다시 2022년 비만 권익 단체인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환자 헌장 논의 등 국제 무대로도 확장됐다. 김 이사장은 “당사자의 경험을 모아 필요를 발견하고, 이를 의료·학술 현장에 전달해 연구와 교육, 정책 참여로 넓혀가야 한다”며 “당사자를 위한 변화에서, 당사자와 함께 만드는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당사자 참여가 만든 실질적인 변화… 비만 캐나다(Obesity Canada)의 20년

이안 패튼 이사는 ‘비만 편견 해소 및 환자 참여 확대: 비만 캐나다(Obesity Canada)의 경험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패튼 이사는 운동생리학 박사이자 국가대표 선수였으나 체중의 급격한 증가로 고혈압과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상황에서 비만대사수술 이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비만 치료 과정에서 치료 접근에 어려움을 경험하며 환자 권익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비만 캐나다는 연구∙교육∙권익옹호 3개축을 중심으로 지난 20년간 연구자와 의료 전문가, 비만 당사자를 잇는 대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학술 연구의 발전을 이끄는 동시에 비만을 둘러싼 낙인에 맞서 왔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비만 당사자를 개발 초기부터 포함시키면서 체중 편견·낙인 전용 챕터를 둔 최초의 성인(2020년) 및 소아청소년(2025년) 비만 진료지침이 있다. 특히 성인 비만 임상진료지침은 칠레와 아일랜드, 네덜란드, 멕시코,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등 여러 국가에서 각국 실정에 맞게 수정·발간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패튼 이사는 “당사자 참여는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비만 당사자와 권익단체, 임상 및 비만 전문가가 함께 개발한 ‘비만 환자를 위한 글로벌 환자 헌장(Global Patient Charter for Obesity)’ 사례를 소개했다. 이 헌장은 존엄과 낙인으로부터의 자유, 만성질환으로서 근거에 기반한 치료, 치료 과정의 파트너로서 환자의 의사결정 참여, 전인적이고 근거 기반의 진료, 공정하고 접근 가능한 진료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패튼 이사는 “이 헌장은 임상진료지침도, 법적 구속력을 갖는 문서도 아니다”라며 “각국이 자국 보건의료 체계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기준점”이라고 설명했다. 

■ 비만 정책에 환자의 목소리를… 일본 HGPI의 5년

요시무라 에리 시니어 매니저는 ‘비만 정책에 환자의 목소리 통합하기: 일본의료정책기구(HGPI)의 경험’을 주제로 현재 일본의 정책 환경과 과제를 소개했다. 일본은 체질량지수(BMI) 25kg/m² 이상을 ‘비만’으로, 여기에 11개 관련 질환이 동반된 경우를 ‘비만병’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다(일본비만학회, 2000년). 그러나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비만병의 유병률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비만병 정책은 오랫동안 부재했다. 

요시무라 매니저는 “일본은 보편적 건강보험 제도 하에 비만 수술과 약제에 급여가 적용되지만, 비만에 대한 낙인과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비만 진단 후 전문의료기관으로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만병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 논의의 중심에 놓는 작업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HGPI는 비만병 당사자 인터뷰와 치료 여정을 기반으로 정책 제안, 전문가 회의, 공개 심포지엄, 온라인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시민, 학계, 민간부문, 입법 관계자, 보건당국, 지방자치단체, 보험자를 잇는 옹호활동을 전개했다. 요시무라 매니저는 “비만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며 “국가 비만병 정책에 환자 중심의 관점이 확고히 자리 잡도록 정책 입안자를 대상으로 제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미 대한비만학회 회장은 “비만 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술적∙임상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진정성 있는 소통이 이뤄질 때 비로소 올바른 치료가 가능하다”며, “대한비만학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세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비만 당사자와 의료진, 정책 결정자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환자 중심의 비만 관리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비만을 글로 공부하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이번 세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비만학회는 환자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통해 비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이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사회 전반에 자리한 비만에 대한 낙인을 해소하고 비만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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