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안과 문용석 교수팀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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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실명 위험 ‘황반변성’ 새 치료 표적 찾았다 기존 항-VEGF 치료 한계 보완할 새로운 황반변성 치료 가능성 제시

안과 의사가 AI를 이용해 사람이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운 5천여 편의 의학논문을 분석하고, 기존 연구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황반변성 등 안질환의 새로운 치료 후보를 찾아냈다.

사진 :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안과 문용석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
사진 :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안과 문용석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병원장 이동진) 안과 문용석 교수(제1저자)·마대중·김하경 교수 연구팀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주광식·박상준·우세준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교신저자)와 공동으로 혈관신생 관련 논문 5562편을 AI로 분석해 안구 신생혈관 질환의 치료 후보로 FGF1(Fibroblast Growth Factor 1)과 HGF(Hepatocyte Growth Factor)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생물정보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브리핑스 인 바이오인포매틱스(Briefings in Bioinformatics)’ 2026년 7월호에 게재됐다.

안구 신생혈관은 눈 속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새롭게 자라나는 현상으로, 삼출성 연령관련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미숙아망막병증, 망막정맥폐쇄 등 시력을 위협하는 여러 망막질환에서 나타난다.

이 가운데 황반변성은 눈의 망막 중심부에서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시력 손상과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안질환 중 하나다.

황반변성 중 삼출성 연령관련황반변성은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면서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켜 시력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현재는 눈 속에 약물을 직접 주사해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VEGF 치료’를 주로 사용하지만, 일부 환자는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반복적인 주사 치료에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것이 중요한 연구과제로 꼽힌다.

5562편 논문 AI로 연결했더니…사람이 놓쳤던 치료 후보 보였다

연구팀은 기존에 개발된 최신 AI 기술을 안과 신약 표적 연구에 맞게 조합해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먼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혈관신생 관련 PubMed 논문 초록 5562편을 수집한 뒤, 생성형 AI가 논문 속 정보를 서로 연결해 분석하는 ‘그래프 검색 증강 생성(GraphRAG: Graph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문헌 검색이 특정 검색어와 관련된 논문을 찾는 방식이라면, 그래프 검색 증강 생성은 수천 편의 논문에 흩어진 유전자·단백질·질환·생물학적 작용을 찾아내고 이들 사이의 관계까지 연결한다. 쉽게 말해 AI가 방대한 논문 속에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지식지도’로 다시 구성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만7842개의 생의학적 개념과 9555개의 관계로 구성된 지식지도를 만들고, 현재 안구 신생혈관 치료의 핵심 표적인 VEGF-A와 생물학적으로 연결된 치료 후보를 추적했다.

먼저 AI 분석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안구 신생혈관과 관련성이 알려진 표적 4개를 제대로 찾아내는지 검증한 결과, AI는 4개 표적을 모두 찾아냈다. 이어 이미 잘 알려진 표적을 제외하고 새로운 후보를 탐색한 결과, FGF1과 HGF가 치료 후보로 떠올랐다.

연구팀이 최근 안구 신생혈관 치료 표적을 정리한 주요 문헌고찰 3편과 비교한 결과, FGF1과 HGF는 세 문헌 모두에서 치료 표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FGF1(Fibroblast Growth Factor 1)은 세포의 성장과 증식, 새로운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며, HGF(Hepatocyte Growth Factor) 역시 세포의 성장과 이동을 조절하고 c-MET 수용체를 통해 혈관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HGF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HGF/c-MET 경로가 항-VEGF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현상과 관련될 가능성이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A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두 단백질이 신약 개발의 표적으로 연구할 만한 구조적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폈다.

그 결과 FGF1과 HGF 모두에서 약물이 결합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적 공간인 ‘결합 포켓(binding pocket)’이 예측됐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AI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수많은 논문에 존재하지만 서로 흩어져 있어 연구자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근거를 AI로 연결해 AI로 연결해 치료 후보를 체계적으로 찾아냈다는 데 있다.

문용석 교수는 “수많은 의학논문 속에 흩어진 연구 결과를 AI로 연결해 기존 연구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치료 후보를 찾아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찾은 FGF1과 HGF가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통해 하나씩 검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용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에서 의학을 전공한 의사과학자로, 현재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망막박리 등 망막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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