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법은 발전했지만, 골든타임 도착은 10년째 제자리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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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김준엽 · 배희준 교수 연구팀, 2013~2023년 국내 뇌졸중 환자 13만여건 분석 결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준엽 · 배희준 교수 연구팀이 지난 10년간 국내 뇌졸중 진료와 그 결과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김준엽 교수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김준엽 교수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예후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뇌졸중 진료에서는 환자가 신속히 병원에 도착하고, 도착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전 과정이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도 최신 치료법 확산과 응급의료 체계 정비 등 뇌졸중 진료 전반에서 발전이 이어져 왔지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병원 도착 시간 단축과 예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자료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와 사망 자료를 연계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뇌졸중 환자 13만 6,191건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구급차 이용은 늘었지만 골든타임 내 도착은 개선되지 않는’ 현상이 확인됐다. 119구급차 이용률은 55.4%에서 61.8%로 높아졌고, 뇌졸중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직접 이송되는 비율 또한 55.8%에서 78.2%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송 체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증상 발생 후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고, 뇌경색 골든타임인 3시간 이내에 도착한 비율 역시 36.6%로 10년 전의 35.4%와 차이가 없었다.

[그림] 119 구급차 이용률(막대)은 꾸준히 늘었지만, 발병 후 3시간 내 병원 도착률(선)은 10년째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그림] 119 구급차 이용률(막대)은 꾸준히 늘었지만, 발병 후 3시간 내 병원 도착률(선)은 10년째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전체 병원 도착 시간이 개선되지 않은 데에는 119구급차를 이용하지 않은 환자군의 지연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구급차 이용 환자는 증상 발생 후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이 2013년 2.5시간에서 2023년 2.3시간으로 소폭 줄었지만, 자가용이나 택시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한 환자는 7.9시간에서 9.8시간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팀은 뇌졸중 의심 증상 발생 시 119 구급차 이용으로 신속히 이어질 수 있도록 환자 인식과 대응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도착 후 이뤄지는 치료에서는 뚜렷한 진전이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뇌경색 환자에서 막힌 혈관의 혈전을 직접 빼내는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비율은 5.3%에서 11.6%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중증 환자에서는 18.3%에서 41.1%까지 상승했다. 또한, 출혈성 뇌졸중의 한 유형인 지주막하출혈에서는 파열된 뇌동맥류를 혈관 안에서 막아 재출혈을 예방하는 코일색전술 시행률이 36.0%에서 63.4%로 증가했다. 

다만 치료의 변화가 곧바로 환자 예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뇌졸중 사망률은 2018년까지 감소하다가 코로나19 시기 이후 다시 상승하는 ‘U자형’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반등은 나이, 성별, 뇌졸중 중증도 등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초고령 환자 증가와 만성질환 부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의료 체계 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 교신저자 배희준 교수는 “지난 10년간 뇌졸중 진료는 뚜렷하게 발전했지만, 그 성과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는 여전한 과제”라며, “병원 밖 응급 의료 시스템의 정체와 팬데믹 이후의 사망률 반등이라는 결과는 위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뇌졸중 진료 체계 구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제1저자 김준엽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국가 단위 자료를 통해 뇌졸중 진료의 변화 양상을 정밀하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증상 발생부터 병원 도착까지의 과정을 더 면밀히 분석해, 치료 가능한 병원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뇌졸중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Stroke(IF 11.0)’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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