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예후 나쁜‘VETC형 간암’분자생물학적 특성 첫 규명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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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TOR2’유전자 확인, 예후 예측 및 잠재적 치료 표적 가능성 제시

간세포암 중에서도 유독 재발이 잦고 예후가 나쁜 유형이 있다. 종양세포 덩어리를 혈관이 완전히 둘러싸는 '혈관 포위 종양 클러스터(VETC)' 패턴을 보이는 경우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이 유형의 간암에서 LAMTOR2 유전자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김혜령 교수, 간담췌외과 홍석균 교수, 서울대 의과학과 김현제 교수 연구팀(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황윤정 교수, 황산하 연구원)은 간암 수술 조직을 공간전사체 기법으로 분석해 VETC 간암만의 분자적·대사적 특성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간암은 2024년 국내 암 사망 원인 중 폐암에 이어 두 번째며, 이 중 간세포암이 원발성 간암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가암정보센터 2019~2023년 통계에 따르면 5년 상대생존율은 40.4%에 그치며, VETC 패턴을 보이면 수술 후 재발 위험이 크고 생존율은 더 떨어진다. 

VETC 패턴은 조직검사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확인되는 예후 지표로 쓰이나, 정작 어떤 분자적 신호가 VETC 양성 간세포암을 규정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대량 유전자 분석으로는 종양 내 위치별 미세한 차이를 포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조직 내 위치 정보를 그대로 살려 유전자 발현을 살피는 '공간전사체'기법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VETC 양성·음성 영역의 분자적 차이를 확인해, VETC 패턴을 나타내는 새로운 생체 표지자를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서울대병원에서 간세포암 수술받은 환자의 조직을 모았다. 공간전사체 분석에는 종양 간 조직 18개(▲VETC 양성 7개 ▲VETC 음성 11개), 비종양 간 조직 24개 등 42개 영역을 활용했다. 검증을 위해 면역조직화학(IHC) 276례, 단일세포 RNA 시퀀싱 5례도 추가로 살폈다. 

분석 결과, VETC 양성 영역은 음성 영역과 비교해 유전자 39개는 늘고 235개는 줄었다. 늘어난 유전자는 혈관 생성과 지방산 대사 경로와 관련이 깊었고, 반대로 면역 관련 경로는 억제돼 있었다. 

특히 4개 유전자(LAMTOR2·DPP4·ZNHIT1·MLXIPL)는 VETC 음성 조직과 정상 간보다 일관되게 높았으며, 그중 LAMTOR2만 대규모 암 연구 공개 데이터베이스(TCGA)에서도 종양에 특이적으로 늘어나 있어 핵심 후보로 선정됐다. LAMTOR2는 세포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mTOR 신호전달을 활성화하는 유전자다.

[그림] LAMTOR2 발현의 대표적인 면역조직화학(IHC) 이미지: a.정상 간 조직 b.VETC 음성 종양세포 c.VETC 양성 종양세포(가장자리가 진하게 염색되는 ‘주변부 강조’ 패턴 관찰됨)
[그림] LAMTOR2 발현의 대표적인 면역조직화학(IHC) 이미지: a.정상 간 조직 b.VETC 음성 종양세포 c.VETC 양성 종양세포(가장자리가 진하게 염색되는 ‘주변부 강조’ 패턴 관찰됨)

이렇게 좁혀진 LAMTOR2가 실제 단백질 수준에서도 늘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종양세포 가장자리가 LAMTOR2로 짙게 염색되는 '주변부 강조' 패턴이 관찰됐다. VETC 양성 간암에서는 71%(5/7), 음성 간암에서는 27%(3/11)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76례 코호트로 검증했을 때 주변부 강조 패턴을 보인 환자군은 VETC 양성 비율이 37%로, 강조 패턴이 없는 경우(20%)보다 높았다. 수술 후 재발률 역시 75%로 대조군(57%)을 웃돌며, 이 결과는 주변부 강조 패턴이 예후와도 맞닿아 있음을 시사했다. 

단일세포 수준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LAMTOR2는 악성 간세포 중에서도 VETC 연관성이 높은 세포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세포군에서는 지방 분해와 해독(cytochrome P450) 관련 대사 경로도 함께 활성화돼 있었다. 

김혜령 교수(병리과)는 “이번에 규명한 VETC 양성 간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의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제 교수(서울대 의과학과)는 "이번 연구는 공간전사체 분석에서 출발해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대규모 조직 코호트, 단일세포 분석까지 단계적으로 교차 검증했다"며 "이런 다각도 검증이 LAMTOR2 발견의 신뢰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홍석균 교수(간담췌외과)는 “이번 연구는 공간 전사체 분석으로 예후가 나쁜 VETC 양성 간세포암의 숨은 분자적 특성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LAMTOR2가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표적이자 예후 예측 지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헤파톨로지 인터내셔널(Hepatology Internation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황윤정 교수, 서울대 암연구소 황산하 연구원, 서울대병원 병리과 김혜령 교수, 간담췌외과 홍석균 교수, 서울대 의과학과 김현제 교수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황윤정 교수, 서울대 암연구소 황산하 연구원, 서울대병원 병리과 김혜령 교수, 간담췌외과 홍석균 교수, 서울대 의과학과 김현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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