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총, 무분별한 헬스커어 산업 활성화 중단 촉구

장석기 기자
| 입력: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전국의사총연합을 포함한 많은 의료인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ICT(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웨어러블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료행위와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의사 면허가 없는 사업자도 건강서비스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 이것이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건강관리서비스에 해당되는지 등을 판별하는 기준도 만들고, 수출 가능성이 높은 신약과 바이오의약품은 별도의 약값 평가 기준을 만들어 우대하는 등의 어이없는 계획도 발표되었다.

 

정부의 이번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은 일부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건강을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의도와 규제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규제는 건드리지 않고 곁가지만 쳐내는 무성의함에서 출발한 잘못된 계획이므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는 의료행위와 구분되는 건강관리서비스업의 영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질환예방, 건강유지, 질환악화 방지 등을 위한 활동을 건강관리서비스로 규정해 의료행위와 구분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질환예방, 건강유지, 질환악화 방지 등을 위한 일련의 활동은 엄연한 의료 행위이다.

 

이것을 건강관리서비스로 묶어서 비의료인에게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질병에 대한 치료행위만을 의료행위로 착각하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중요한 일임에도 정부가 직접 이러한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려는 것은 돈을 목적으로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켜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저수가, 강제지정제와 같은 정부의 폭압적인 규제에도 의료인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희생을 통해 대한민국의 의학 기술과 의료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고 국민 건강은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국내 의료 산업은 규제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중 그 동안 대한민국의 먹거리 역할을 해왔던 중화학 공업에 기반한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의료나 서비스업 등의 3차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고 이를 활성화 하려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활성화 방안이 대한민국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당장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규제들만 풀어주는 형국이니 제대로 실효성은 거두지도 못하고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신기술 융합으로 인해 등장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 주려고 하는 노력이나 해외 수출 가능성이 높은 신약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약가 평가 기준을 두려고 하는 것 자체가 그 동안 대한민국 의료가 얼마나 왜곡되어 왔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을 의료계가 적극 주장할 때는 건강보험 재정의 어려움을 들먹이면서 이를 외면하고,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약값을 후려치면서도 국내 제약회사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복제약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시켜주어 자연적인 제약업계 구조조정을 막아왔던 정부가 ICT와 바이오신기술 이라는 허울좋은 이름 뒤에 숨어있는 대기업들의 이권 챙기기만 돕는 모습을 보았을 때 차세대 신성장 동력을 의료 산업에서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려울 것이다.

 

 ICT에 기반한 의료서비스는 결국 원격의료 시행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것이며, 국민들의 건강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어 이러한 정보들이 보험회사로 흘러가면 보험가입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로도 악용될 수 있고, 각종 생활 범죄 등의 표적이 되는 등 다방면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지속되면 대기업 및 대형 병원 그리고 공공의료기관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사업 등으로 인해 1차 의료는 붕괴될 것이고, 국민들은 사이비 의료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고통 받을 것이며 종국에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자체가 파멸의 길로 향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의료 산업 발전을 막고 있는 규제를 철폐하기 전에는 그 어떤 의료 산업 발전 방안도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에 불과한 것이며,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만 위협하는 폭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만약 의료 산업을 대한민국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제대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저수가와 강제지정제로 대변되는 근본 의료 규제부터 철폐하고 다음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회는 ICT, 바이오신기술, 신성장 동력과 같은 말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포장하여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바이다. 또한, 무지한 정부에게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믿도록 거짓말하는 몇몇 부패한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에게도 당장 그 행위를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만약 본 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개인 사욕에 사로잡힌 자들이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시도를 강행한다면, 국민과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대한민국 의료 붕괴와 국민 건강 저해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