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CCTV 설치 의무화법 관련 성명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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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 의무화법은 지난 몇 년 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인권 침해, 영상 유출 우려, 실질적 효용성 결여, 외국 선진국에서 유사 사례 전무 등의 이유로 국회 보건복지위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내 의료원 수술실에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다시 한번 이슈화가 되었고. 이후 매 국회 회기마다 CCTV 설치 의무화법은 보건복지위에 상정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앞에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무리한 입법이라는 사실을 국회의원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건복지위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 8월 23일 갑작스럽게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CCTV 설치 의무화법을 통과시켰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이전 수차례 성명 발표를 통해서 CCTV 설치 의무화법이 환자 및 보건 의료 종사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며, 실질적으로 대리 수술이나 성추행 같은 수술실 내 불법 행위를 방지하는 효과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 법안으로 인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외과계열 지원자 감소 및 기존 외과의들의 이탈도 가속화되어 필수의료 체계의 붕괴까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본 회를 비롯한 의료계 및 수많은 전문가들이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위가 통과시킨 의안의 내용을 보면, 많은 문제점 및 부당한 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법안에서는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의무적으로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응급 수술 또는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거나 수련병원 등의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등으로 되어 있어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응급 및 위험도 높은 수술의 기준은 진료과별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기준을 정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응급의 여부나 위험성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고, 진료과목뿐만 아니라 의사마다 이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CCTV 촬영 예외 사유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또한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라는 다소 황당한 표현을 통해서 예외 사유를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필연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서 더욱 큰 문제는 의료기관에는 어떠한 이득도 없는 CCTV 설치를 강제하면서, 지자체 등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지 구체적인 설치 비용 지원 내용도 없고, 촬영된 영상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의료계 일부에서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려면 CCTV 영상 관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유출에 대한 책임도 직접 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안 내용대로라면, 의료기관은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처벌받고, 환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 실수로 CCTV 촬영을 하지 않아도 처벌받으며, 영상이 유출되어도 처벌받게 된다. 국회와 정부가 원해서 시행하는 정책이라면, 설치비용뿐만 아니라 관리 비용, 영상 유출 방지 대책 강구 등도 국가가 해야 맞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모든 비용 및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폭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영상의 경우는 보관 및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영상 정보의 관리는 의료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유출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들은 보안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해킹 등에 의한 의무 기록 및 영상 정보 유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관리 책임까지 의료기관에 떠넘기면 의료기관들은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국회 및 환자 단체 등에서는 환자가 요구할 때만 촬영하고, 소송 등의 문제가 아니면 영상 공개를 의료기관에서 거부할 수 있으며, 2년의 유예기간이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가 되면 전신마취를 받는 환자들은 유출 문제는 의료기관이 책임지니 본인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생각에 대부분 CCTV 촬영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영상 공개 여부를 거절하기는 힘들며, 거절할 경우 의료기관의 잘못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무리한 소송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2년의 유예기간은 의료계가 반대할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많은 문제가 있고, 부작용이 양산될 것이 명약관화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CCTV 설치 의무화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킨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여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계를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 모 후보는 의사 집단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해서 공격했고, 여당에서는 의료인 면허 처벌 강화법도 9월 중에 법안 통과를 강행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가 추진했던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지금 시기에 강행 통과시키는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본 회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국민들의 안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입법권을 남용하는 여당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이러한 폭압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국회에 환자 및 보건 의료 종사자의 인권을 짓밟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하는 CCTV 설치 의무화법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본 회는 앞으로 의협을 비롯한 모든 의료계 단체들과 힘을 합쳐 부당하게 의료계를 짓누르는 모든 압력에 저항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21년 8월 25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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