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이른바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부당성에 대해 공감하며 의료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논의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의료법은 의료인의 면허 취소 대상 범위를 기존 의료 관련 법령 위반죄에서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한 법률로, 2023년 5월 국회를 통과한 뒤 2023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됐다.
특히 개정법은 의료인이 의료 업무와 무관한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더라도 면허가 취소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황 회장은 김 의원을 만나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인 결격 및 면허 취소 사유를 기존처럼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한, 의료인이 특정강력범죄,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현행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의은 물론 의료서비스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주장이다.
황 회장은 김 의원에게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의료 업무와 무관하게 모든 범죄에 대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중범죄나 성범죄에 한해서만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으로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의료인 면허 취소법 내용을 보면, 스쿨존 사고는 무조건 면허취소 대상이며, 주민등록법이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만 위반해도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만약 과실로 인한 사고로 면허가 취소된다면 의료인들은 소진 진료나 방어적인 진료만 하게 될 것이다. 향후 의료인들은 필수의료 종사를 기피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의료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통과될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과도하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했던 만큼,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깊이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윤 의원은 “의료인 면허취소법 개정의 취지나 원칙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국회의원과 국민 전체의 여론이 중요한 만큼 적절한 시기를 봐가면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법 개정을 위해 의료전문가는 물론 일반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합의해 나가는 방안도 필요하다. 법 개정을 하는데 있어 국민들이 보기에 더 설득력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향후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황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박태호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이 ‘자율징계권’ 부여 문제를 언급하자 “의료계에도 스스로 회원을 징계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최근 태아의 생명을 앗아간 '임신 36주차 낙태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이 사건은 의학적 범주에서 살인이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의사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행법으로는 지금 상황에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태아가 살아있는 상태로 출산을 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이번 사건의 경우 태아가 사산된 상태로 출산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화장을 하다 보니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황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의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자율징계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자율징계권에 대해선 "표면적으로 정부가 전문가들을 신뢰하지 않다 보니 의료인들에게 면허 관리 권한을 주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행정력에도 한계가 있고, 의료인 만큼 전문적이지 않다보니 사각지대가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들에게 자율징계권을 부여할 경우 정부가 관리할 때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소통해 나가자"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과 만나 의료인의 면허 취소와 관련해 의료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서울시의사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만나 의료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