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발달 지연’이란 같은 나이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언어를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의미 있게 뒤처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의미 있게’라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발달 속도가 저마다 다르므로 단순히 옆집 아이보다 말이 조금 늦다고 해서 바로 언어 지연이라고 진단하지는 않는다. 다만 표준화된 검사에서 하위 10퍼센타일 이하로 떨어진 경우나, 발달 이정표에서 일정 범위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언어 발달 지연이라고 본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채민지 교수에게 자세히 물었다.
Q1. 언어 발달 지연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언어는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능력인 수용 언어, 그리고 직접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인 표현 언어로 나눠 볼 수 있다. 언어 발달 지연의 경우 수용 언어 또는 표현 언어 하나만 느릴 수도 있고, 둘 다 늦는 경우도 있다.
언어 발달 지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신경발달학적 원인으로, 선천적인 원인이다. 뇌의 발달 과정 자체와 관련된 경우로, 단순 언어 지연도 있지만 사회성이나 인지발달 저하가 동반되는 때도 있다. 두 번째는 청각적인 원인이다. 선천적으로 청력에 문제가 있거나 반복적으로 중이염을 앓았을 경우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말을 배우기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언어 지연이 의심될 때 청력 검사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환경적인 요인이다. 충분한 언어 자극을 받지 못한 환경, 예를 들어 상호작용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미디어 노출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Q2. 아이의 언어는 보통 어떤 단계를 거쳐 발달하는가? 연령별로 ‘이 시점에 이게 안 되면 언어 발달 지연을 의심하라’라는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가?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뤄진다. 생후 9~12개월 사이에는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보이고, 간단한 지시를 알아듣기 시작한다. 보통 돌 무렵에는 첫 단어 발화가 진행된다. 생후 18개월경에는 어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평균 20개에서 50개 정도의 단어를 구사하게 되고, 두 돌이 되면 “물 줘”, 또는 “엄마 가” 같은 두 단어 조합으로 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36개월이 되면 세 단어 이상으로 문장을 만들어 낸다.
월령별 경고 신호라고 볼 수 있는 것은 △12개월에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손가락으로 포인팅하는 게 전혀 없는 경우 △18개월에 단어를 단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 △24개월에 표현 단어 수가 50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36개월에 짧은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기준에 해당이 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평가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Q3. ‘영유아 건강검진’을 활용하면 언어 발달 지연의 조기 발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검진 시 부모가 챙겨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실제로 언어 지연이 조기 발견 되는 경우들이 많다. 검진 항목 중에 한국형 영유아 발달 선별검사라고 하는 설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안에 언어 발달 관련 문항들이 있는데, 대개 이 설문을 형식적으로 서둘러 체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진단이 늦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설문을 할 때 시간을 할애해서 실제 아이를 관찰한 부분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설문에 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실제로 본 적 있다’를 기준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심화 평가 권고 소견이 나오면 그냥 넘기지 마시고 바로 전문가에게 진료를 보고 필요시 세부적인 평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Q4.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들로 언어 발달 상태를 평가하게 되는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검사로는 영유아 언어 발달 검사인 SELSI, 그리고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PRES, 학령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LSSC 등이 있다. 이런 검사들을 통해 수용 언어와 표현 언어 점수를 또래 평균과 비교해서 발달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수치화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로 인지 발달 검사나 자폐 스펙트럼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언어 지연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인 발달 지연이나 사회적 상호작용 문제와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발달 양상을 같이 보는 게 중요하다.
Q5.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어 치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과정인가?
언어 치료는 먼저 언어치료사가 정밀 평가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수용 언어, 표현 언어, 조음, 화용 언어 등 어떤 부분들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다음에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진행하게 되는데, 아직 발화가 전혀 없는 아이들은 이해하는 어휘들을 늘려가고, 언어 모방을 통해 한 음절씩 발화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단어 발화는 가능하나 두 단어 구나 문장 형성이 안 되는 경우라면 단어 조합을 만들어 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장난감이나 역할놀이 같은 활동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어휘와 문장구조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활용하게 된다.
Q6. 만약 언어 발달 지연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이 생길 수가 있는가?
언어 발달에는 ‘민감기’라는 게 있다. 특히 만 2세에서 5세 사이는 뇌의 신경 가소성이 활발한 시기라서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 자극과 치료적 개입이 들어가면 효과가 훨씬 크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언어 지연은 학습 영역에서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치료의 시기가 늦어지면 향후 학습 전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사회성과 또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말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또래와 갈등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게 누적되면 사회적 위축이나 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Q7. 아이가 말이 늦어 걱정하고 있는 부모라면…
부모님들께서 너무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다그치거나 비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걱정만 하다 보면 정작 아이에게 반응해 주는 시간도 빼앗기게 된다. 걱정보다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한마디라도 더 기다려 주고 반응해 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의심되는 신호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한다. 빠른 발견과 적절한 개입이 추후 치료 효과나 경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