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성모병원, 종합병원 최초 ‘두피 냉각기’ 도입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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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투여 시 두피 온도 18~22℃ 수준으로 낮춰 모낭 손상 최소화

[사진 : 대림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지원 과장이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특수 냉각 모자 착용법과 두피 냉각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대림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지원 과장이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특수 냉각 모자 착용법과 두피 냉각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머리카락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앞두고 가장 많이 털어놓는 걱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탈모'다. 

암 진단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항암치료 과정에서 마주하는 탈모는 또 다른 심리적 부담으로 꼽힌다.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는 일상생활을 위축시키고, 일부 환자는 탈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기도 한다. 

대림성모병원(이사장 김성원)은 유방암 환자들의 이러한 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영국 Paxman사의 두피 냉각기(Scalp Cooling System)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두피 냉각기가 임상연구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있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성장하는 모낭 세포까지 함께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특히, 유방암 치료에 많이 쓰이는 탁산(Taxane) 계열과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 계열 항암제가 대표적이며, 대개 첫 치료 후 2~3주 사이부터 모발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모는 항암치료가 끝나면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치료 후에도 오랜 기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은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61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 10명 가운데 4명(42.3%)이 항암치료 종료 3년 뒤에도 치료 전 수준의 모발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성모병원이 이번에 도입한 두피 냉각기는 항암제 투여 전·중·후 일정 시간 동안 약 -4℃의 냉각수가 순환하는 특수 냉각 모자(Cooling Cap)를 머리에 착용해 두피 온도를 18~22℃ 수준으로 낮춘다. 

두피 모세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키고 대사활동을 낮춰 모낭에 전달되는 항암제 양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원리다. 

환자는 항암제 투여 30분 전부터 냉각 모자를 쓰기 시작해 약제 종류에 따라 투여 중은 물론 투여가 끝난 뒤에도 최대 90분간 착용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항암치료 중 탈모 위험을 낮추고 치료 이후에도 보다 빠르고 건강한 모발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두피 냉각의 탈모 완화 효과는 국내외 연구를 통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국내 유방암 환자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에 따르면 항암치료 종료 6개월 후 탈모가 지속되는 비율이 두피 냉각 적용군에서 13.5%로 나타나 대조군 52%보다 크게 낮았다. 

68개 병원에서 두피 냉각을 받은 환자 74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네덜란드 두피 냉각 등록연구(Dutch Scalp Cooling Registry)에서는 평균적으로 약 56%의 환자가 치료 기간 중 가발이나 모자를 착용하지 않았고, 53%는 모발 손실이 경미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특히, 탁산 계열 항암제 치료군은 78%가 가발이나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40%보다 결과가 좋았다. 

또, 일본 다기관 연구에서는 항암치료 종료 12주 이내에 모발량이 50% 이상 증가한 환자 비율이 두피 냉각 적용군 85.7%로 대조군 50.0%보다 높아 치료 이후 모발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두피 냉각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유럽 의료기기규정(MDR) 인증을 받았으며, 해외 주요 암 진료 지침에도 보조요법으로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2025년 10월 고시 개정을 통해 ‘두피 냉각기를 이용한 유방암 환자의 성장기 탈모 예방 요법’을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추가하여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탈모를 유발하는 탁산 계열 또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로 치료받는 유방암 환자는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두피 냉각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항암치료 과정에서 탈모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마련됐다. 

대림성모병원은 이번 두피 냉각기 도입을 통해 암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지지치료’(Supportive Care)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탈모가 심리적 부담과 치료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증이나 구토, 감염처럼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지지치료에 포함해 환자의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는 진료체계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은 “유방암 치료의 목표는 암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도 존엄과 일상을 지키며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탈모가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가장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부분인 만큼 이번 두피 냉각기 도입이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고 일상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치료 성과는 물론 치료 과정과 치료 이후의 삶까지 함께 살피는 환자 중심의 통합 암치료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림성모병원은 국내 최초·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유방전문 종합병원으로, 유방암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재활까지 이어지는 통합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두피 냉각기 도입으로 치료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환자 중심 진료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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