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로 전이성 대장암 암세포 진화 과정 밝혀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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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 활발한 암세포에서 항암치료 관련 돌연변이 발생 높아… 암 재발·치료 저항성 원인 규명 기반 마련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 대장암센터 김번 교수(제1저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진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항암치료를 받는 전이성 대장암에서 암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를 쌓으며 독자적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진) (좌측) 제1저자 김번 교수(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우측) 공동 제1저자 이원희 교수(KAIST, 現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사진) (좌측) 제1저자 김번 교수(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우측) 공동 제1저자 이원희 교수(KAIST, 現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피인용지수(IF) 18.1)’에 게재됐다.

전이성 대장암은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진 이후에도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이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수많은 암세포가 섞여 있는 조직 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했기 때문에, 개별 암세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세밀하게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이성 대장암 환자 6명의 원발암과 전이암 조직으로부터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tumoroid)를 구축했다.

이후 오가노이드에서 단일 암세포를 분리해 각각 독립적으로 배양함으로써, 개별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단일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클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들 오가노이드 클론과 18개의 종양 조직에 대해 전장유전체분석을 실시하고, 암세포들이 어떤 순서로 유전적 변화를 축적해 왔는지를 ‘계통수’ 형태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이성 대장암에서는 암세포들이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포 계통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를 축적하면서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석한 사례에서 전이암 세포들은 암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정 세포 계통을 공통의 조상으로 공유하고 있어, 일부 특정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살아남아 전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암세포에 남기는 유전적 흔적에도 주목했다. 대표적 항암제(5-FU, 옥살리플라틴)를 투여받은 환자의 암세포 하나당 평균 1,400개(전체 변이의 약 8%)의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특히 세포의 증식 속도에 따라 변이 정도가 달랐다. 증식이 빠른 암세포는 자주 분열할수록 항암제에 의한 유전자 변이가 더 많이 축적된 반면, 분열을 멈추거나 매우 느리게 자라는 휴면 상태 암세포는 항암제로 인한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는 항암제에 타격을 잘 입는 반면, 휴면 상태의 암세포는 항암치료를 피하고 살아남아 추후 암을 재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 전체를 분석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단일 세포 수준에서 암의 진화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김번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환자의 원발암과 전이암 조직으로부터 오가노이드를 구축하고, 이를 다시 단일 암세포 단위로 분리·배양해 각각의 암세포 계통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을 마련했다”며 “이러한 단일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기존의 종양 조직 분석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암세포 집단별 유전적 차이와 항암치료 이후의 진화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기능적 연구를 확대해 암세포의 휴면과 치료 저항성의 관계를 규명하고, 환자별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사업 및 국립암센터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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