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이지만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주변의 사물이나 자신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부터 몸이 흔들리거나 중심을 잡기 어려운 느낌까지 증상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흔히 어지러우면 빈혈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귀 안쪽의 평형기관 이상이나 편두통, 뇌질환, 혈압 변화, 약물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빈혈이 있을 때도 어지럼을 느낄 수 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몸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어지럼과 함께 피로감, 두근거림, 숨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회전성 어지럼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난다면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과 신경계의 이상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전정신경염’이다. 전정신경은 귀에서 받아들인 평형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갑작스럽게 심한 회전성 어지럼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구역이나 구토가 동반되며, 급성기에는 보행이나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상은 수시간에서 수일간 지속될 수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이석증과는 증상의 양상에 차이가 있다. 이석증은 귀 안의 작은 칼슘 결정인 이석이 속귀의 계란반이라는 구조물에서 탈락해 발생하며, 누웠다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특정 자세에서 짧고 강한 어지럼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전정신경염은 특정 자세에서만 잠깐 나타나기보다는 갑자기 시작된 심한 어지럼이 며칠에 걸쳐 지속된다.
전정신경염의 급성기에는 심한 어지럼과 구역, 구토 등을 줄이기 위한 대증치료를 시행한다. 이후에는 머리와 몸을 움직이며 평형감각이 회복되도록 돕는 ‘전정재활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다고 움직임을 지나치게 피하면 회복이 늦어질 수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정신경염은 어지럼이 언제 시작됐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자세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지 등의 임상 양상을 통해 진단된다. 전정신경은 눈을 움직이는 근육인 외안근과 연결되어 있어, 안구가 반복적으로 떨리는 안진의 양상을 확인하는 안구운동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신경진찰과 평형기능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활용해 다른 원인을 감별할 수 있다.
갑작스럽고 심한 어지럼이 나타났을 때는 10% 내외로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 질환에 의한 것일 수 있어 이를 고려해 감별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럼과 함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나거나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균형장애가 동반된다면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일부 뇌졸중은 뚜렷한 마비 없이 심한 어지럼과 보행장애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이선욱 교수는 “갑자기 심한 어지럼이 생기면 단순히 빈혈이나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정신경염처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신경계의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며 “특히 어지럼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지럼은 발생 양상과 지속시간, 동반 증상이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며 “발음 이상, 팔다리의 힘 빠짐, 복시 등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응급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