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인공와우 수술, 청신경 무형성 환아에게 청각 발달 효과 확인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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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에 청신경 보이지 않아 수술 효과 기대 어렵던 환아 대상, ‘EMPES 접근법’ 적용 수술 중 신경 반응 측정에서 MRI에 청신경 보이지 않는 환아도 반응 확인 말소리에 반응하지 못한 환아, EMPES 미적용 시 12명 중 6명에서 적용 시 24명 중 1명으로 감소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제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수지 전임의)이 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선천성 난청 환아에게 ‘EMPES 접근법’을 적용해 청각 발달을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 :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사진 :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이 선천적으로 가늘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를 ‘청신경 결손’이라고 한다. 소리를 감지하거나 전달하는 경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선천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의 최대 18%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 중에서도 MRI 검사에서 신경이 아예 보이지 않는 가장 심한 상태를 ‘청신경 무형성’이라고 한다. 

그간 청신경 무형성 환아에게는 인공와우 수술을 권하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넣어 신경에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기기인데, MRI 검사에서 신경이 보이지 않는 경우 이를 받아들일 신경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MRI 검사만으로 청신경의 유무를 단정할 수 없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치료 방침은 수술을 먼저 시행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다만 인공와우 수술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청신경이 정상인 환아에서 청각 및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 세 가지 방법을 하나의 수술·재활 전략으로 묶어 ‘EMPES 접근법’으로 명명하고, 청신경 무형성 환아에게 적용했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수술하고 ▲전극을 신경이 모여 있는 달팽이관 중심축에 최대한 밀착시켜 삽입하며 ▲수술 24시간 이내에 기기를 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11년 1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양쪽 청신경 무형성 환아 46명(86귀)을 분석했다. 이 중 수술 후 1년 이상 경과를 관찰한 36명을 대상으로, EMPES 접근법을 적용한 24명(48귀)과 적용하지 않은 12명(20귀)의 청각 능력 변화를 최대 48개월간 비교했다. 

연구팀은 먼저 수술 중 전극으로 청신경을 자극해 전기 반응(ECAP)이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환아에서도 반응이 확인됐으며, 전극을 달팽이관 중심축에 가깝게 위치시킨 경우 반응이 나타난 지점이 더 많았다. 

수술 후 경과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소리에 대한 반응과 말소리 이해 수준을 0점부터 7점까지 단계별로 평가하는 청각수행력(CAP) 점수에서 수술 1년 후 EMPES를 적용한 환아는 평균 2.79점으로, 적용하지 않은 환아(1.67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수술 후 청각 발달이 더딘 환아 역시 크게 줄었다. 1년이 지나도 말소리에 반응하지 못한 경우(CAP 점수 2점 미만)가 EMPES를 적용하지 않은 환아는 12명 중 6명이었던 반면, 적용한 환아는 24명 중 1명이었다. 

장기간 추적한 일부 환아에서는 언어 지각 능력도 확인됐다. EMPES를 적용한 환아 중 수술 후 48개월까지 관찰한 6명이 입 모양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검사를 받았고, 단어는 10~50%를 정확히 따라 말했다. 이 가운데 2명은 문장 단위에서도 각각 60%, 93.33%의 정확도를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EMPES를 적용한 인공와우 수술 후에도 청신경 무형성 환아의 경우 청신경의 발달이 정상인 다른 난청 환아들보다 언어 발달이 전반적으로 느린 것은 사실이고, 대상 환아 수가 적은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병윤 교수는 “청신경 무형성은 인공와우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질환이었다”며, “EMPES 접근법이 이들 환아들에서 언어 발달에 중요한 시기의 청각 발달을 앞당기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와우 수술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1) 청성뇌간이식을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수술을 시행하고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귀와 청각 질환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Otology & Neuro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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