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처럼 당연해진 요즘,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는 경험을 했거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물론 지정 진료를 하는 병원이 있고 그 외 환자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해진 대처 방안이지만, 아픈 환자 입장에서는,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흔하게 맞닥뜨리는 발열, 기침 증상이 있으면 당장 어떤 병원에 가야하는지 병원에서 진료가 잘 되는 건지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내 아이가 아프면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 최소한 아픈 아이가 의사의 진료는 쉽게 볼 수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의 비젼은 “어디서나 암 걱정 없는 건강한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어느 지역에서 발생해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었다. 다양한 소아청소년암 치료의 가장 큰 부작용은 면역력의 심각한 약화인데, 해당 치료들이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을 담당하는 내 몸의 좋은 세포들과 장기까지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가거나 음식 하나를 먹을 때에도 감염으로부터 안전한지를 신경 쓰는 것이 소아청소년암 환자와 가족에게는 당연한 생활습관이 된다. 더구나 감염의 지표인 발열이 생기면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서 신속하게 입원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소아청소년 암환자들은 거주지의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의 부재로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드는 상황이고, 소아응급실도 문을 닫게 되면서 소아암 환자들은 열이 나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 시작이 몇 시간이 지연되고 중증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가 열이 날까봐 매시간 체온을 재죠. 그런데 제가 사는 춘천시에 대학병원이 2군데 있는데도 백혈병 치료를 하는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 안계셔요. 그래서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아이가 미열만 나도 담당 선생님이 있는 서울로 가야해요 (보완자료 1 참조)”
2022년 현재 강원, 경북, 울산 지역은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최근에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 (울산 지역은 은퇴한 교수 1명이 외래 진료만 시행 중이다). 또한 4-5명이 있는 지역도 각 병원 별로는 1-2명에 불과한 인원이 근무 중으로 항암 치료 중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6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이다. 이들 중 50%가량이 10년내 은퇴 예정인데,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평균 2.4명이어서 10년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진료의 공백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2022년 현재 전국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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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전문의 수 (명) |
평균 연령 (세) |
최소연령 (세) |
최대연령 (세) |
5년 내 은퇴 예정자 (명) |
5~10년 내 은퇴예정자 (명) |
최근 5년간 연간 평균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수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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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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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
50.2 |
35.0 |
64.0 |
14 |
17 |
2.4 |
전국적으로 현재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67명
평균연령 50.2세, 10년 내 은퇴예정자 31명 (46.3%)
소아청소년암의 경우 성인암에 비해 완치 생존율이 월등히 높으며, 현재 국내 소아암 환자들의 완치율,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5년 생존율이 약 85%인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완치된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서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경우 성인암에 비하여 매우 적은 수가 발생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면역치료, 뇌수술, 소아암 제거수술 등 치료의 강도나 환자의 중증도는 오히려 성인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외래에서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이 많은 성인암에 비하여, 소아청소년암 환자는 대부분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숫자가 적어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있는 한, 365일 24시간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가 병원별로 최소 2-3인 이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지방 병원에서는 1-2명의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주말도 없이 매일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병원에서 의사를 더 고용하면 되겠지만, 중증 진료를 할 수록 적자인 우리나라 의료보험수가 구조와 소아청소년암 진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전무한 현실에서 어느 병원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으며, 어느 의사도 주말도 없이 혼자서 중증 환자 진료를 책임질 수는 없다. 몇 명 남지 않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이 이러한 현실을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한 소아청소년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국내 소아청소년암 완치율 생존율은 점차 낮아질 위기에 쳐해 있다.
저출산 시기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국가적인 지원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 부족과 외상외과, 점점 사라지는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병원 등처럼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을 365일 돌볼 수 있는 소아혈액종양 의사도 이와 같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혹자들은 의사의 절대수를 늘려서 중증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충원하면 될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의도로 과거 우리나라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을 의대에 정원 외로 편입시켜 군 필수의료진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그들 중 군에 필수적인 중증의료과목인 외과,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를 선택하여 이 제도는 폐지되었다. 이러한 실패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사의 수만 늘려서 필수 혹은 중증의료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