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외부 바이오텍과 맺은 연구개발(R&D) 파트너십 중 '부적(不適)'을 잇따라 정비하고 나섰다.
유한은 지난해 유빅스테라퓨틱스와의 제노스코 R&D 협력을 정리한 데 이어,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의 공동연구를 종료했다.
그동안은 외부 후보물질-초기 공동연구를 넓혀왔는데, 이젠 임상·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중심으로 R&D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나선 것 이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 체결했던 SAFA 기반 융합단백질 기술라이선스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종료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21년 신규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유한양행과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첫 협업에 나섰다.
두 업체는 2022년 8월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APB-R5' 비임상 후보물질 도출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이 건의 조기 종료는 양사의 R&D 우선순위 재편에 따른 것 이다.
에이프릴바이오 측은 "향후 REMAP 플랫폼을 활용, 항체-약물 접합체(ADC)나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등으로 시장 트렌드에 부합, 상업성 높은 파이프라인에 R&D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부터 외부 R&D 선별 작업을 하고있다. 지난해 8월 제노스코와 맺었던 4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신약 공동개발을 해지했다.
이는 폐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 투여 후 발생하는 내성 변이를 극복하기 위한 후속 연구 차원에서 진행됐었다.
유한양행의 스타 신약인 렉라자는 제노스코가 발굴하고 유한양행이 도입·개발해 얀센에 기술수출한 3세대 EGFR 표적 폐암 신약이다.
렉라자는 2024년 8월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FDA(미국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에서는 EGFR 2차 저항성 변이 발생률이 낮게 나타나면서 4세대 EGFR TKI 개발 필요성이 약해졌다.
이에 유한양행과 얀센은 차세대 EGFR 개발 전략을 조정, 유한양행과 제노스코의 공동 R&D 계약도 9년 만에 종료했다.
유한은 작년 10월 유빅스테라퓨틱스와 맺은 전립선암 치료제 기술도입 계약도 해지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2024년 7월 자사가 개발 중인 안드로겐 수용체 표적분해제 후보물질 'UBX-103'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유한양행에 이전(계약)했다. 총 계약액은 1500억원으로, 유한양행은 계약금 50억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1년여 만에 양사는 개발 협력을 종료한 것 이다.
자체 플랫폼 높이고 외부의존 줄여…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변화
유한양행은 2016년 앨클론과 면역항암제 항체 도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제노스코와는 4세대 EGFR TKI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8년엔 녹십자, 에이비엘바이오, 굳티셀 등과 희귀질환치료제, 면역항암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항체 등 총 3건을 계약했다.
2020년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알레르기 질환 신약 후보물질 'GI-301' 계약을 맺었었다. 2023년엔 제이인츠바이오와 표적치료제 계약을 체결,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 행보를 이어갔다.
유한양행은 2024년에도 외부로부터의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카나프테라퓨틱스와 SOS1 표적 항암제 라이선스 계약 체결, 유빅스테라퓨틱스로부터는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그러나 성과가 확 드러나지 않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신규 계약 체결보다 기존 외부 연구개발 항목을 선별적으로 정리로 변화로 흐르고 있다.
제노스코, 유빅스테라퓨틱스에 이어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 공동연구까지 종료, 외부 R&D 자산을 선별 축소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의 방향을 외부 물질 도입에서 내부 플랫폼 축적으로 바꾼 것 이다.
이는 유망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찾아 도입하는 데서 하나의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자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R&D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렉라자의 경우 국내 바이오텍이 발굴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해 개발, 다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대표적 성공 사례였다. 얀센은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주도권을 갖고, 유한양행은 초기 개발과 기술이전에 집중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단기 성과를 거뒀지만 제2, 제3의 렉라자를 반복적으로 만들려면 결국 또 다른 우수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다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유한양행은 최근들어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로는 지속적 성과 창출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한양행은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에 눈을 돌렸다. TPD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표적 단백질 자체를 분해-제거, 질병 원인을 찾는 차세대 신약 플랫폼이다.
이는 질병 유발 단백질에 붙어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저분자 화합물이나 단백질 기반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은 올 1월 임원 인사와 함께 중앙연구소 내 '뉴 모달리티'(New Modality) 부문을 신설하고 TPD를 포함한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 연구를 전담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부문장으로는 외부 영입 인사인 조학렬 전무를 선임했다.
조 전무는 미국 밴더빌트 의대 박사 출신 이다. 하버드대-MIT-예일대 등 에서 연구 경험을 쌓은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가로 조학열을 계기로 유한양행은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기에 나선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이 같은 전략 수정에 대해 약업계는 "실익을 택한 현명한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변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