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한의협 국회토론회 발표내용에 대한 반박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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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지난 13일 '치매 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개최된 국회토론회에서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되고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한방치매치료를 치매국가책임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한의협이 이리 주장할 것을 예상하고 지난 12일 '한의계는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지자체 한방치매관리사업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은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및 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입증에 실패하고 혈세만 낭비한 사업이며,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한의협의 주장이 허구임을 밝힌 바 있다.

 

본 연구소가 국회토론회 발표자료를 확인한 결과, 한방치매치료의 효과가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기 위해 부적절한 근거자료를 인용하는 등 상당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본 연구소는 토론회 발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씩 지적해보고자 한다.


1. 태극권의 효과를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로 둔갑

이 날 첫째 주제인 '한의약을 활용한 국내 치매 진료 현황'의 발표자는 치매센터에서 한의약 활용의 대표적 방안 중의 하나로 '치매예방 기공요법'을 제시하였다. 이 발표자는 건강한 노인, 경도인지장애, 치매 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태극권(Tai Chi) 운동을 실행한 결과 대조군보다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치매로의 진행률이 낮았다는 결과가 나온 5편의 국내외 논문(국외 논문 4편, 국내 논문 1편)과 1건의 국내 조사자료를 근거로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근거로 제시한 일부 논문에서 태극권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있으나, 태극권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확고한 결론은 없다. 설령 태극권이 인지기능향상에 일부 도움이 된다 해도 논문마다 태극권의 유형과 수련방법이 서로 달라 태극권의 효과를 정량화할 수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논문 5편 모두 국내 한의사가 아닌, 전문 사범에 의해 교습된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었다. 홍콩 연구에서는 중국의 태극권 전문가가 개발한 24식(24-forms) 태극권이고, 태국 논문에서는 10가지 동작의 태극권, 대한치매학회 초록에는 브레인업이라는 태극권이었다. 즉, 이 논문들은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지, 한방 기공요법에 대한 논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조사자료는 2016년 9~11월 16개 보건소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총 3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치매예방 시범사업이 있다. 사업 결과 인지기능 향상, 삶의 질 향상 등의 효과를 보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이라는 기공체조가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이어서 그 효과가 기공체조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공인된 학술지가 아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17 건강증진 리서치 브리프'에만 간략히 소개된 자료여서, 통계분석 결과도 없고 대조군 선정방법도 불확실하여 한방기공의 학문적 근거가 될 수 없다. 토론회 자료에 인지기능 향상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책자 어디에도 인지기능이 향상되었다는 결과는 없다.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기만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콩에서 수행된 연구논문을 2012년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JAMDA)에 게재된 논문이라고 했는데, 미국의사협회의 공식 학술지명은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이다. JAMDA는 미국병원장협회 학술지 정도에 불과하고,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도 5.325로 JAMA의 47.661보다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의사협회지 논문인 것처럼 왜곡하여 발표한 것이다. 의도적이든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든 이러한 왜곡은 국민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방의 기공요법의 치매 예방에 대한 효과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한방 기공치료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외국에서처럼 임상시험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효과를 입증하고 그 결과를 공인된 학술지에 게재한 후에야 가능하다. 게다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을,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기공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등 한방 기공요법의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고 표준화도 안된 상태에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의계는 다른 유형의 태극권에서 나온 결과를 마치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인 양 둔갑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2.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의 후안무치한 성명서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11월 15일 최대집 의사협회장이 SNS를 통해 ‘태극권이 인지기능과 체력, 우울증 척도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한의계의 주장을 비판한 것에 대하여 명확한 근거제시와 반박을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지엽적인 인식개선사업의 예시 내용인 기공요법을 의도적으로 부각하여 평가절하 했으며, 나아가 이미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된 사실조차 무시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처사다."라고 하였다.

 

참으로 기가 찰 뿐이다. 기공요법을 부각시킨 것은 한의계이고, 앞에서 밝힌 것처럼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된 사실은 한방 기공요법과는 다른 형태의 태극권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토론회에서 사실을 호도한 것은 바로 한의계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양의사협회장이 논문 사이트 검색만 해도 확인이 가능한 사항을 취권이나 영춘권 등 다른 무술들을 거론하며 조롱하고, 한의약 치료법을 무분별하고 근거 빈약 치료라는 자극적인 언어로 폄훼한 것은 한의사와 한의약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국민과 여론을 거짓으로 현혹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태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한의계 스스로에게 향해야 할 망언이다. 한의약 치료법이 무분별하고 근거 빈약 치료라는 것은 한의계가 자초한 것이고, 자극적인 언어로 폄훼한 것은 바로 한의계이고, 이는 의사와 의협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국민과 여론을 거짓으로 현혹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후안무치한 행태인 것이다.

 

게다가 "더욱이 발표 자료 중 우리나라 연구결과는 양방의과대학 소속의 교수가 진행한 내용으로, 작년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인데 최대집 양의사협회장이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부정할지 자못 궁금하다."라고 조롱하기까지 하였다. 정식 논문으로 게재되지 않은 포스터 내용을 효과성의 근거로 삼는 것은 한방 기공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군다나 이 포스터 내용은 한의사가 시행한 것이 아니라 태극권 전문가가 직접 시행한 것이며, 태극권 유형도 한방 기공요법과 아주 다르기 때문에 한방 기공요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본 연구소는 해당 의과대학 교수에게 이메일로 직접 문의하였다. 해당 교수는 학술대회 포스터에 나오는 "태극권은 안전한 움직임과 표준화된 교수법으로 검증된 전문가들이 가르치는 운동이며, 이러한 운동을 전통적인 틀로만 보고 한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태극권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마치 한의학의 효과를 대변하는 식으로 오해를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방 기공운동이 누가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검증된 운동전문가가 효과가 입증된 운동프로그램으로 시행한다면 이는 한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운동프로그램일 것입니다"라는 취지로 회신하면서, 태극권 운동이 한방 기공요법으로 잘못 오해되는 것에 우려감을 표명하였다.

 

의사와 의사협회를 양의사와 양의사협회로 극도로 비하하면서도, 한의사 캐리커처에는 의사인 양 청진기를 목에 걸고 있고 의료기기 사용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은 바로 한의계가 의료계에 가진 열등감의 발로가 아닌지 진지하게 탐구하길 바란다.


3. 향후 태극권은 한방 의료행위로 고착화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이미 30개 이상의 기공 수련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한방 기공이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한다면, 향후 기공은 한방의 공식적인 한의학적 의료행위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이렇게 되는 경우 뜸 치료의 사례처럼, 한의사가 아닌 기공 수련단체들의 태극권 수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 받을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는 다른 유형의 태극권에서 나온 결과를 마치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에 대한 근거로 둔갑시키고, 토론회에서 한국형 기공 프로그램에 대해 "운동과 호흡법과 의념법(마음을 집중함)을 배합하여 공법화한 것으로 의료적인 성격이 강함"이라고 언급한 것에서도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에서 한방 기공요법이 부각된 것은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기존 기공단체들의 태극권 수련행위조차도 한방 의료행위에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4. 결론

결론적으로 한의계는 한방 기공과 전혀 다른 유형의 태극권 관련 논문들을 근거로 대면서 국민들을 현혹시켰으며, 한방 기공요법이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학술적ㆍ임상적 자료나 근거는 전혀 없다.

 

최근 들어 한의계는 의사들의 의료 독점권에 치매국가책임제에서 한의사가 배제되고 있다며, 의료 독점권 철폐와 국민들의 의료선택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독점권 철폐, 의료선택권 확대 운운하기 이전에 한방이라는 학문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오히려 태극권마저 한방의료행위로 편입하여 한방의 독점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음흉한 속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근거도 없는 치료법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마저 포기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향후 본 연구소는 한의협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2018년 11월 19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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