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철저히 기득권 간호 세력 및 그와 연관된 정치 세력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었음이 밝혀진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되었다. 이미 법안 자체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음이 드러났고, 법안 제정 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되자 간호법 추진에 사활을 걸었던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강하게 반발하며, 연차를 이용한 준법투쟁과 함께 불법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불법진료신고센터를 개설하여 불법의료행위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아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를 지난 24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지난 수 년간 불법보조인력(PA)에 의한 불법의료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불법의료신고센터를 개설하여 제보를 받아 상급종합병원을 고발하기도 하였고,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촉구, PA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 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본 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PA 불법의료행위가 쉽게 근절되지 못했던 이유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응과 함께 불법의료행위에 가담한 당사자들의 자백에 준하는 명백한 증거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간협의 불법진료신고센터를 통해 5일간 총 1만 2189건의 불법진료 사례가 접수되었다고 하고, 간협에서는 불법진료 사례에 대해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신고 대상 병원 유형은 종합병원이 41.4%(5046건)로 가장 높았고, 이어 상급종합병원 35.7%(4352건), 병원(전문병원 포함) 19% 순이었다. 구체적인 불법진료 행위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처방 및 기록 6876건, 튜브 관리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 2112건 순이었으며 수술 1703건, 약물관리(항암제 조제) 389건도 확인됐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본 회에서 검찰에 고발하여 현재 PA 간호사의 골막천자 행위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을 대표하는 간협에서 해당 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없는 행위로 분류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간협에서 운영하는 신고센터에 제보가 접수되었다는 말은 곧 실제 불법의료행위를 수행한 간호사들의 자백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고, 제보를 받은 간협에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은 불법행위를 교사한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직접 자행한 간호사들의 처벌도 감수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러한 발표를 하면서도 간협에서는 간호사들이 불법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위력관계에 의해서', '고용위협', '환자를 위해서' 등의 핑계를 통해 마치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저질렀던 것처럼 포장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재도 의료기관들은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간호사 일자리는 많고, 이에 수많은 간호사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자유롭게 퇴사와 이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불법적인 일을 의료기관이 강제로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불법의료행위를 수행한 간호사들은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처벌은 불가피하다.
불법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고발까지 예고한 간협의 이번 결정에 대해 본 회는 적극적인 환영의 입장을 표명하는 바이다. 다만 이번 선언이 단순히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현실화되어 PA 불법의료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등에서 PA 불법의료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 확대되고 있는 중요한 원인에는 불법의료행위를 교사하는 의료기관의 문제도 있지만, 불법임을 알면서도 굳이 거부하지 않고 그 불법의료행위에 가담하는 만 명 이상의 간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을 통해 지금까지 불법행위를 지시하고 수행했던 모든 사람들이 처벌받고, 앞으로 불법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간협의 발표대로 간호사들이 불법행위를 확실하게 거부한다면 PA 불법의료행위 문제는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간협의 불법진료신고센터를 통해 제보 받은 내용을 확보하여 불법의료행위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함께 불법의료행위 가담자 및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간협의 결정이 의료기관 내에 만연해 있는 불법의료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인지하고, 가능한 모든 수사력과 행정력을 동원하여 의료기관 내 불법의료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 회는 앞으로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정부와 간협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본 회 자체적으로도 PA에 의한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23년 5월 30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