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정부‘2035년까지 의사 1만명 의사 부족' 근거로 제시한 연구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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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6일(화) 의과대학 입학정원(의대 정원) 확대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골자는 현재 의료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하여 2035년 총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함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씩 증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래 세 연구보고서를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한 연구보고서

-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2020년)

-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교수, 2020년)

-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권정현 박사(KDI), 2023년)

 

이후 언론에서 세 연구보고서 책임저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하여 연구보고서에서 추계한 의사인력 부족의 의미에 대한 부연설명과 함께 이 연구보고서들이 매년 2,000명씩 5년간 증원을 해야 한다는 근거로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2,000명의 증원 규모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으나 ‘의사 1만 명 부족’에 대한 의미 설명은 부족하여 마치 ‘의사 1만 명 부족’에 대하여는 모두 ‘진리’로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이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은 중립적 가치를 지향하는 의학석학단체로서, 이 세 연구보고서의 의미와 해석에 있어 주의할 점들을 사회에 알릴 필요를 느껴 2월 23일부터 한 달간 전문가들의 검토와 토론을 통하여 아래와 같이 그 결과를 국민들께 전달하기로 하였다.

 

미래 의사인력 수요에 관한 연구는 정확한 추계가 불가능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가용한 자료와 적절한 연구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대체적인 흐름을 가늠해보는 것은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대부분의 연구가 연구의 범위를 한정한다. 세 연구보고서는 모두 전체 인구와 의사의 연령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 의사 업무능력의 변화 등을 감안하여 연구 당시(2018-2020년)의 상황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이루어졌다. 

 

그 외 의료제도와 의료수가, 국민들의 의료소비행태 변화, 의사들의 활동분야와 지역별 분포, 인공지능을 포함한 의료기술의 발달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 당시 이미 실손보험 등의 영향으로 심화되었고 현재도 악화 중인 과도한 의료이용과 비필수/비급여 진료의 과도한 팽창 등의 현상이 지속될 것이고, 의료비는 제한 없이 지불될 수 있다는 전제가 적용된 한편, 정부가 곧 시행하겠다고 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에 수반되는 큰 변화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즉, 의사인력에 관한 장기계획을 수립할 때 이 연구보고서들의 내용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정책을 결정하려면 더 많은 중요 요인들을 반영한 정교한 추계치의 산출이 필요하다.

 

세 연구보고서들은 공히 의사인력 부족은 일시적 현상으로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 이후 고령층 진입 인구의 규모도 차츰 줄어들고 전체 인구도 줄게 되어 의대정원 확대의 정도에 따라 그 시기는 다르지만 향후 의사인력 과잉현상이 나타남을 예측하였다. 즉, 의사의 과잉배출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상승을 피하려면 의사 수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릴 때가 다가올 것임을 시사하였다.

 

세 연구보고서들은 각각의 제한된 전제 하에서 제한된 자료를 이용하여 목적에 맞게 수행된 연구의 결과를 기술하고 있다. 이번에 논문 검토와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 연구보고서들의 해석에 있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추계를 이용하여 대체적 흐름이 아닌 정확한 수치를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 절대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특히 의사인력 추계에는 전체 인구와 의사의 연령구조뿐 아니라 여러 중요한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자료의 절대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인구의 연령구조 변화 외의 위에 열거한 여러 요인들에 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한다면 의사인력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크게 변화하므로 변화의 속도에 따라 의사인력 추계도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이를 정책에 반영하여야 하나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특히, 이러한 요인들이 의대정원 정책보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훨씬 빠르고 큰 영향을 미치므로 먼저 이 변화들을 추진하고 그 후 의사인력 수요 변화의 추이를 감안하여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를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의대정원 증원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의대정원을 감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사전대비 없이 의대정원을 대폭 늘림으로써 향후 의대정원 감축 때 나타날 사회적 갈등 여지를 예방하지 않았다.

 

의학한림원은 정부가 다른 의료개혁은 아직 시작단계에 머무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계와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5년간 매년 의대정원 2,000명씩 증원하는 정책을 지나치게 서둘러 확정하려는 데에 대하여, 근거의 편향된 선택, 의료계와의 형식적 소통, 졸속 교육현장 조사, 교육현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뿐 아니라 근거의 해석 과정에도 심히 우려를 표하는 바이며, 지금이라도 의학한림원이 지난 1년 반 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바와 같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거치며, 필요하면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정책을 정부-국민-의료계가 구성하는 건강한 거버넌스에 의하여 결정하기를 촉구한다.

 

2024년 3월 22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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