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유방암, 증상 없어도 뇌 MRI 찍어야 하는 이유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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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양성·삼중음성 유방암, 무증상 뇌전이 발견율 20% 육박… 연세암병원 조기 진단 효과 첫 입증

진행성 유방암 환자 중 특정 아형의 경우, 신경학적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뇌 MRI 검사를 통해 뇌 전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향적 연구 결과가 국내 최초로 발표됐다.

세브란스 연구팀
세브란스 연구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유방암연구팀(손주혁, 김건민, 김민환 교수)은 진행성 HER2 양성 및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정기적 뇌 MRI 검사를 시행해 무증상 단계에서의 뇌 전이 조기 발견 효과를 입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종양학회 공식 학술지 'ESMO Open' 최신호에 게재됐다.

현재 국내외 진료 지침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없는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게 뇌 MRI 검사를 일괄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HER2 양성 및 삼중음성 유방암은 다른 아형에 비해 뇌 전이 발생 위험이 월등히 높아 선제적 검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엔허투, 투키사 등 뇌 전이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표적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조기 진단의 임상적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세암병원에서 치료받은 뇌 전이 무증상 환자 112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진단 시점과 2, 3차 치료 시작 시점에 맞춰 정기적인 뇌 MRI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이성 유방암 진단 초기 검사에서 이미 9.8%의 환자에게서 무증상 뇌 전이가 확인됐다. 이후 치료 과정 중 반복적인 선별검사를 통해 뇌 전이 누적 발견율은 19.6%까지 상승했다. 전체 뇌 전이 발생 환자 33명 중 67%에 달하는 22명이 증상 발현 전 조기 진단에 성공한 것이다.

조기 발견된 뇌 전이 환자들은 두개골 절개 없이 병변에만 방사선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정위적 방사선수술 등을 적기에 받았다. 치료 전후 환자들의 인지기능을 평가한 결과 유의미한 저하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무증상 단계의 신속한 치료가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손주혁 교수는 "뇌 전이에 효과적인 신규 항암제들이 도입되면서, 조기 발견 환자에게 방사선, 수술, 전신치료를 병합해 생존 기간 연장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건민 교수는 "뇌 전이를 사후 합병증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발견해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할 핵심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민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고위험군 유방암 환자의 정기적 뇌 MRI 검사 필요성을 확증하는 대규모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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