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폐기형으로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부모조차 희망을 놓으려 했던 신생아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 끝에 건강을 회복해 최근 퇴원했다.
생후 2일 만에 ‘최후의 치료’로 불리는 에크모(ECMO, 인공심폐보조장치)를 장착할 만큼 암담한 상황이었지만, ‘희망이 있어 포기할 수 없다’는 의료진과 부모의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팀은 출생 직후 심각한 폐기형으로 폐가 2배가량 과도하게 부풀어 생존 확률이 희박했던 송한결 아기(남)를 에크모 보조 폐종괴 제거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중증 호흡부전이 지속돼 수술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생아 에크모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한결이는 건강하게 치료받아 지난 3월 퇴원했다.
한결이의 어머니 천 씨(30세)는 2025년 10월, 임신 22주차 정밀초음파에서 한결이의 폐에 혹이 보인다는 소견을 듣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찾은 병원에서 시행한 정밀 초음파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폐종괴가 왼쪽 흉곽의 대부분을 차지해 정상적인 모양의 왼쪽 폐는 거의 없었고, 오른쪽 폐도 정상 기능의 40% 수준으로 예상됐다.
절망적인 소식에도 ‘수술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에 소중히 아이를 품던 중 2026년 1월 14일(수) 3.58kg으로 한결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한결이의 상황은 더욱 암담했다. 일반적인 신생아 폐 크기보다 2배가량 과도하게 부푼 왼쪽 폐종괴가 심장과 오른쪽 폐를 짓누르고 있을 뿐 아니라 폐에서 공기가 새는 기흉,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산소 포화도가 유지되지 않는 폐고혈압까지 진단받은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진 한결이는 호흡을 보조하는 치료에도 중증 호흡부전이 지속돼 1월 16일(금) 태어난 지 2일 만에 ‘최후의 치료’로 불리는 에크모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에크모는 심폐기능부전이 심한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후 산소를 공급해 다시 주입하는 치료 방법이다. 성인 중환자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지만 신생아에게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수술로 도관을 삽입해야 하며 뇌출혈 등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한결이 부모는 치료를 포기하는 게 아이를 위한 일일 수 있다는 심정으로 극단적인 결정에 대한 마음의 준비까지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붙잡은 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었다. ‘희망이 있어 포기할 수 없다’는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와의 면담 끝에 한결이 부모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1월 27일(화) 한결이가 태어난 지 13일 째 되는 날 폐종괴를 제거하는 수술이 결정됐다. 수술을 시작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4kg도 되지 않은 신생아의 몸에 거대한 에크모 기계와 인공호흡기가 연결되어 있어 수술장으로 이동하는 데에만 신생아과 의사와 간호사, 인공심폐기사 등 10명이 넘는 의료진이 투입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에크모에 의존하고 있는 한결이의 왼쪽 폐 상엽에 이어진 폐종괴를 개흉술을 통해 안전하게 제거했다. 한결이는 최종적으로 선천성 기관지 무형성증에 동반된 림프관 정맥 기형을 진단받았다. 10만 명당 1명에서 발생할 정도로 드문 질환인데다가, 동반된 림프관과 정맥 기형으로 폐가 딱딱하게 부푼 상태로 변형되어 있던 것이다.
수술 직후 한결이는 점차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에크모를 제거하려는 순간 폐고혈압이 다시 악화되는 고비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짓눌린 폐와 심장 기능의 회복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에 기반해 약물치료 용량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흡입 일산화질소, 고빈도 환기 등 집중치료를 시행한 결과 한결이는 빠르게 회복했고 수술 후 한 달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퇴원 전 시행한 검사 결과에서도 한결이의 오른쪽 폐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남아있던 왼쪽 폐는 3분의 2 이상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결이 어머니 천 씨는 “한결이가 제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덕분이다. 저조차도 포기할 뻔한 한결이를 믿고 살려주신 만큼 건강히 잘 키워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한결이의 폐종괴는 비정상적으로 크고 심폐 기능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상태여서 다른 아기들과 달리 일반적인 마취와 수술로는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며,
“신생아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심장과, 소아마취통증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와 에크모 전문 간호사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신속하게 치료를 시행한 덕분에 한결이가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조만간 남은 폐가 더 자라면 한결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