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배난영 교수(공동 제1저자) 연구팀은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을 일으키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에서 자살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살은 우리나라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개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공중보건 문제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으로 신체 기능 저하와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으며, 우울감과 불안 등 심리적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자살 위험을 장기간 추적한 대규모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가운데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3만7912명과 연령·성별을 1대 5로 맞춘 비교군 18만9560명 등 총 22만7472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장기간 추적 관찰되었으며, 그 결과 총 1250건의 자살이 발생했다.
분석 결과,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자살 위험은 비교군 대비 추적 기간 전반에 걸쳐 43% 더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심근경색 및 뇌졸중 환자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됐다.

특히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모두 경험한 환자의 경우 자살 위험이 비교군보다 85% 높아 가장 높은 위험도를 나타냈다. 이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각각 자살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모두 경험한 환자에서 자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연령, 성별, 우울증 병력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기존 우울증 진단이 없는 환자에서도 자살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심혈관질환 병력이 장기적 정신건강과 연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이후 환자가 경험하는 신체 기능 저하, 재발에 대한 불안, 사회활동 제한 등이 심리적 고통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높은 국가인 만큼, 심혈관질환 환자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배난영 교수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일 뿐 아니라 환자의 정신건강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자살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음을 전국민 규모의 장기 추적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환자 진료 과정에서 우울감과 자살사고 등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살피고 적절한 평가와 관리의 필요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심혈관질환 환자 진료 과정에서 정신건강 평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관찰연구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과 자살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한 연구이며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인 만큼 다른 인구집단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공식 학술지인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