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후성 심근증 말기 진행 예측 새 지표 찾아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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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망가지기 전에 안다...좌심방 저장 변형률 16.9% 밑돌면 말기 진행 위험 3.6배↑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치명적인 심장 기능 저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심장 초음파 지표를 제시했다. 좌심방의 유연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고위험군을 미리 가려내 말기 단계로의 진행과 그로 인한 급사·심부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비후성 심근증 말기 진행을 예측하는 '좌심방 저장 변형률(LARS)' 연구 주요 결과
[그림] 비후성 심근증 말기 진행을 예측하는 '좌심방 저장 변형률(LARS)' 연구 주요 결과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성 심장 질환이다.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말기 단계(좌심실 박출률 50% 미만)’로 악화될 수 있다. 말기에 접어들면 심부전이나 돌연사 등 중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치솟기 때문에, 악화되기 전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에 주로 쓰이던 좌심실 박출률(LVEF)은 질환 초기에는 정상 수치를 유지하다가 심장 리모델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병의 악화를 미리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곽순구 교수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받고 1년 이상 추적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환자 925명을 6.5년간(중앙값)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그 결과 925명 중 35명(3.8%)이 말기 단계로 진행했으며, 10년 내 누적 진행률은 4.4%였다. 말기 단계로 진행한 환자들은 2년여 만에 약 29%에서 치명적인 심혈관 사건이 발생할 만큼 예후가 불량해, 악화 전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의 좌심실 박출률 등 전통적 지표와 ‘좌심방 저장 변형률(Left Atrial Reservoir Strain)’이라는 새로운 영상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혈액을 일시적으로 머금었다가 심실로 내보내는 좌심방이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한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져 부담이 쌓이면 좌심방도 점차 뻣뻣해지는데,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좌심실 박출률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단계에서부터 이런 부담을 일찍이 반영하여 기존 지표보다 민감하게 알려주는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전통적인 지표로는 말기 단계로의 진행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반면, 좌심방 저장 변형률을 이용하면 진행 위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말기 진행 위험은 약 10%씩 증가했다. 수치가 조금만 떨어져도 위험이 꾸준히 쌓인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가르는 기준값을 16.9%로 도출했으며, 이 수치가 16.9% 미만인 환자는 16.9% 이상인 환자보다 말기 진행 위험이 3.6배 높았다. 나이, 심부전 증상, 좌심실 박출률, 좌심방 크기, 심첨부 심실류 등 다른 위험 요인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좌심방 저장 변형률만으로 진행 위험을 독립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환자 중 심장자기공명영상(CMR)까지 촬영한 491명을 대상으로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심근 섬유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연조영증강 수치가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인 만큼, 이를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도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 독자적으로 위험을 예측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분석 결과, 심근 섬유화 정도를 감안하더라도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여전히 독립적인 예측 인자였다. 좌심실 박출률과 지연조영증강 수치만으로 만든 예측 모델에 좌심방 저장 변형률을 추가하자, 모델의 예측력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다(p=0.005) 

제1저자인 곽순구 교수(순환기내과)는 “비후성 심근증은 질환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신의 심장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려는 환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교신저자인 김형관 교수(순환기내과)는 “이 지표는 고가의 정밀 검사 없이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만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치가 크다”며 “고위험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선별하고 적기에 최적의 치료를 제공해 환자들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Cardiovascular Imag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곽순구 교수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곽순구 교수

 

[이미지] 심장초음파를 이용한 좌심방 저장 변형률 측정 예시
[이미지] 심장초음파를 이용한 좌심방 저장 변형률 측정 예시

[이미지] 심장초음파를 이용한 좌심방 저장 변형률 측정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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