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찬 게 나이 탓? 찬바람 불면 더 위험한 ‘만성폐쇄성폐질환’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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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천식으로 오인 쉬워… 독감·폐렴 겹치면 급성악화 올해부터 국가검진에 폐기능검사 도입, 금연·예방접종 중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기침이 잦아지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곤 한다. 흔히 감기나 노화로 여기기 쉽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COPD는 기도와 폐에 생긴 만성 염증 때문에 호흡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히 COPD 환자는 독감·폐렴 등 호흡기 감염이 겹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초겨울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1월 18일 ‘세계 COPD의 날’을 맞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와 함께 COPD의 원인과 특징, 올해 국가검진에 도입된 폐기능검사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 :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
사진 :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

기도 좁아지는 COPD, 최대 원인은 흡연

COPD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가 폐로 들어오면 만성 염증이 생겨 기관지가 점차 좁아진다. 이때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폐포도 함께 파괴되면서 산소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해 쉽게 숨이 차게 된다. 염증이 오랜 기간 쌓여 생기는 질환인 만큼 대부분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흡연 기간이 길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위험도 커진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OPD 환자 약 4분의 1은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다. 간접흡연과 대기오염, 요리·난방 중에 발생하는 연기,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먼지·화학물질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산이나 저체중으로 태어나 폐가 충분히 자라지 못했거나 어린 시절 결핵·백일해 등을 앓은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환자 4년 새 13% 늘었지만 여전히 낯선 질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COPD 진료 환자는 2021년 19만 2,636명에서 2025년 21만 8,171명으로 13.3% 증가했다. 환자는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 연령별로는 작년 기준 70대가 8만 3,677명(38.4%)으로 가장 많았고, 60대(27.0%)와 80세 이상(26.5%)이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청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40세 이상 COPD 유병률은 10.4%, 70세 이상은 25.3%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질병 인지도는 2.3%에 그친다. 비교적 흔한 질환인데도 정작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COPD인 줄 모른 채 지내는 셈이다. 

오르막에서 숨차고 아침에 심해지는 기침… 천식과 혼동하기도

COPD의 대표적인 증상은 계단이나 비탈길을 오를 때 숨이 차고 기침과 함께 끈적한 가래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기도가 절반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증상이 가벼운 기침이나 가래, 약간의 숨참 정도에 그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그사이 질환이 상당히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진다.

기침과 숨참,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이 함께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질환은 발병 시기와 증상의 양상이 다르다. 천식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작되고 알레르기와 관련이 깊다. 밤이나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반면 COPD는 주로 40세 이후 흡연자에게 나타나며 이른 아침에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하고 호전 없이 서서히 악화된다. 

사망원인 3위 폐렴, COPD 환자에겐 더 위험

COPD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급성악화다. 숨이 갑자기 더 차고 가래 양이 늘거나 색이 짙어지면서 쓰던 약도 잘 듣지 않는다면 급성악화를 의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OPD 급성악화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이다. COPD 환자는 손상된 기도가 병원체를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다. 특히 폐렴이 생기면 평소 증상이 급격히 악화돼 입원으로 이어지기 쉽다.

폐렴은 그 자체로도 위험한 질환이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3위이며 80세 이상에서는 암에 이어 2위다. 질병관리청은 COPD를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X선으론 놓치기 쉬운 COPD, 폐기능검사로 진단

COPD는 증상이 아주 심해지기 전까지 가슴 X선 사진이 정상에 가깝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영상검사만으로 진단하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숨을 내쉬는 능력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가 필수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힘껏 내쉬었을 때 1초 동안 내쉰 공기의 양이 폐활량의 70% 미만이면 COPD로 진단한다.

보건복지부는 COPD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를 도입했다.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해당 연령이 아니더라도 40대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폐기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완치 어려운 COPD, 꾸준한 흡입치료가 관건

한번 손상된 기도와 폐 조직이 회복되지 않아 COPD는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치료는 증상을 줄이고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급성악화를 예방하는데 목표를 둔다. 치료의 기본인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는 좁아진 기도를 넓혀 호흡을 편하게 하며 먹는 약보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흡입기는 제품마다 사용법이 달라 처방받을 때 정확한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사용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사용해야 기도염증을 줄이고 급성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금연이 최우선… 폐렴구균·독감 백신도 챙겨야

COPD 예방과 진행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금연으로 이미 손상된 폐가 회복되지는 않지만 폐 기능 저하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청소할 때는 환기와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도 호흡기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예방접종도 빼놓을 수 없다.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덜 걸리게 하고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65세 이상은 국가예방접종으로 1회 무료 접종받을 수 있으며 COPD 환자라면 65세 미만이라도 의료진과 상의해 접종하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접종도 매년 함께 챙겨야 한다. 독감은 그 자체로 폐렴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차 세균감염을 유발해 폐렴으로 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계단 몇 층에 숨이 차도 나이 탓으로 넘기다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한번 좁아진 기도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흡연 경험이 있다면 40세부터는 폐기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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