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장우영 교수팀

장석기 기자
| 입력:

상처에서 젤로 변하는 분말형 상처 재생소재 개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 장우영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나노표지자의학연구소 황장선 연구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류진 박사 공동연구팀이 당뇨병성 상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분말형 재생 하이드로겔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상처에 뿌린 분말이 상처 부위의 수분과 접하면 젤 형태로 바뀌도록 설계한 것으로, 모양이 불규칙한 상처에도 밀착해 적용할 수 있고 항균, 지혈, 염증 조절, 조직 재생을 함께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진 : 장우영 교수, 황장선 연구교수, 류진 박사 (왼쪽부터)
사진 : 장우영 교수, 황장선 연구교수, 류진 박사 (왼쪽부터)

당뇨병 환자의 상처는 일반적인 상처보다 회복이 느리고 감염 위험이 높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염증 반응이 오래 지속되기 쉬워,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는 만성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발처럼 상처 표면이 고르지 않거나 깊이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존 거즈나 드레싱을 빈틈없이 붙이기 어렵다. 상처와 드레싱 사이에 틈이 생기면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상처 회복에 필요한 습윤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말형’이라는 제형에 주목했다. 기존 하이드로겔은 상처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 장점이 있지만, 액상이나 이미 만들어진 젤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깊고 복잡한 상처에 균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 또 세포외기질을 이용한 재생 소재는 생체 기능이 우수하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실제 치료 현장에서 바로 쓰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평소에는 분말 상태이나, 상처 부위의 삼출액이나 수분을 만나면 현장에서 즉시 젤로 변한다. 젤이 된 뒤에는 상처 표면에 밀착해 보호막을 형성하고, 상처가 굴곡져 있거나 깊이가 달라도 고르게 덮을 수 있다. 별도의 복잡한 준비 과정 없이 상처 부위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치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 접근이다.

연구팀은 키토산과 폴리아크릴산을 기반으로 한 분말형 하이드로겔에 사람 태반 유래 탈세포 세포외기질을 결합했다. 키토산은 생체친화성과 항균·지혈 특성을 가진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폴리아크릴산은 수분을 잘 흡수하고 조직 표면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다. 두 물질은 수분을 만나면 빠르게 젤을 형성하도록 돕고, 상처 표면에 안정적으로 밀착하는 구조를 만든다.

태반 유래 탈세포 세포외기질은 사람 태반 조직에서 세포 성분은 제거하고, 조직 재생에 필요한 단백질과 구조 성분을 남긴 생체소재다. 세포외기질은 세포가 붙고 자라도록 돕는 지지대 역할을 하며, 상처 회복 과정에서 세포 이동과 조직 재형성에 관여한다. 태반은 출산 후 대부분 폐기되는 조직이지만 혈관 형성과 조직 회복에 관여하는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재생의학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개발 소재가 실제 상처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단계적으로 검증했다. 먼저 키토산과 폴리아크릴산의 비율을 조절해 수분을 만났을 때 빠르게 젤을 형성하고, 상처 표면에 안정적으로 밀착할 수 있는 조성을 찾았다. 최적화된 분말은 스프레이 방식으로 막힘 없이 분사됐고, 수분을 만나 젤로 바뀐 뒤에도 움직임이 있는 환경에서 접착력을 유지했다. 또한 필요할 때 비교적 깨끗하게 제거될 수 있는 특성도 확인됐다.

이어 감염과 안전성에 대한 기본 평가를 진행했다.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을 이용한 실험에서 개발 소재는 세균 생존율을 크게 낮췄다. 최적화된 하이드로겔 조성에서 대장균 생존율은 1% 미만으로 낮아졌고, 황색포도상구균 생존율도 10% 미만으로 감소했다. 사람 피부 섬유아세포와 혈액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세포 생존율과 혈액 적합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개발 소재가 상처를 덮는 보호재 역할을 하면서도, 감염 위험을 줄이고 생체 조직에 비교적 안전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처 회복과 관련된 세포 반응도 확인됐다. 세포를 이용해 상처 회복 과정을 모사한 실험에서 개발 소재를 적용한 경우,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빈 공간이 더 빠르게 메워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면역세포 실험에서는 염증을 유발하는 반응은 줄고, 조직 회복에 도움을 주는 M2 대식세포 반응은 증가했다. M2 대식세포는 상처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새 조직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당뇨병성 상처처럼 염증이 오래 지속되는 환경에서 회복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혈 기능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혈액 응고 실험에서는 하이드로겔을 적용한 경우 약 2분 만에 응고가 관찰돼,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 약 7분보다 빠른 응고 반응을 보였다. 출혈 모델에서도 하이드로겔 적용군의 출혈량은 약 79% 적었다. 정상 모델과 당뇨병성 상처 모델에 개발 소재를 적용한 실험에서는, 하이드로겔을 적용한 군이 아무 처치 없이 자연치유를 관찰한 군보다 상처 면적이 더 빠르게 줄었다. 조직검사에서도 표피 재생과 콜라겐 형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태반 유래 세포외기질을 복잡한 처리 과정 없이 분말형 플랫폼에 적용하고, 상처 수분만으로 젤화되도록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개발 소재는 상처를 덮는 기능에 항균, 지혈, 염증 조절, 조직 재생 기능을 더한 재생 드레싱 플랫폼으로, 당뇨병성 상처처럼 회복이 더딘 상처 관리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전임상 단계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기존 치료법 및 상용 드레싱과의 비교 연구, 소재 안정성, 사용 편의성, 치료 효과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장우영 교수는 “당뇨병성 상처는 작은 손상도 오래 낫지 않고 감염이나 조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며 “이번 연구는 상처를 안정적으로 보호하면서 항균, 지혈, 염증 조절, 조직 재생 기능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소재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반 유래 탈세포 세포외기질의 생체 기능을 분말형 플랫폼에 결합함으로써, 복잡한 상처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재생 소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장선 연구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태반 유래 재생 소재를 실제 상처 환경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분말형 플랫폼으로 구현했다는 데 있다”며 “상처의 수분을 이용해 현장에서 바로 젤을 형성하는 방식은 당뇨발처럼 형태가 불규칙하고 관리가 어려운 상처에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소재 안정성, 사용 편의성, 치료 효과를 추가로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U-KIST 사업과 2022년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가 발표된 논문 ‘Engineered Scab-like Sprayable Powder Hydrogel with Placental dECM for Diabetic Wound Regeneration’은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최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