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T세포 림프종 ‘CD5 유전자 제거 동종 CAR-T’ 기반 기술 개발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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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원천 기술 주도, 스탠퍼드대·큐로셀 다기관 협력 성과 ... 한·미 공동 임상시험 기대

서울대병원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고영일·강형진 교수팀은 스탠퍼드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난치성 T세포 림프종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동종 CAR-T 세포치료제 기반 기술을 개발해 환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 지난해 9월 방한 행사('Frontiers in Genome Editing')에서 차세대 CAR-T 공동 연구를논의한 서울대병원-스탠퍼드대 연구진.
사진 : 지난해 9월 방한 행사('Frontiers in Genome Editing')에서 차세대 CAR-T 공동 연구를논의한 서울대병원-스탠퍼드대 연구진.

T세포 림프종은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고 B세포 림프종에 비해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아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큰 질환이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공동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6)에서 공식 발표됐다. 

현재 B세포 림프종에 대한 CAR-T 세포치료제는 성공적으로 개발돼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T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한 CAR-T 치료제는 T세포를 이용해 같은 T세포 기원의 종양을 사멸시켜야 한다. 이러한 특성 탓에 치료제 생산 단계에서 정상 T세포들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세포 간 상호 공격’ 현상이 발생해 개발에 큰 난항을 겪어 왔다. 

여기에 더해, T세포 림프종 환자는 혈액 내에 이미 악성화된 T세포인 암세포가 정상 T세포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환자 본인의 건강한 정상 T세포만 골라내어 치료제로 맞춤 제작하는 기존 ‘자가’ 방식 자체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스탠퍼드대의 세포·유전자치료제센터(CDCM) 매튜 포테우스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큐로셀과는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다기관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구체적으로 서울대병원이 원천 기술과 플랫폼 설계를 맡고, 스탠퍼드대가 유전자 편집 기술 및 세포치료제 생산을, 큐로셀이 핵심 물질인 CD5 바인더 제공과 기능 검증을 담당해 핵심 기반 기술이 완성되는 구조다.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CD5와 T세포 수용체를 T세포로부터 완전히 제거한 뒤 동종 CAR-T 세포를 생산하는 새로운 전략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타인의 세포를 주입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식편대숙주질환 등 면역 거부 반응 요소를 미리 제거하여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기존에 널리 쓰이던 유전자 전달 도구인 렌티바이러스 대신, 최신 기술인 AAV와 나노플라스미드를 이용해 치료제를 생산하는 차별점을 두었다. 여기에 일종의 표적 유도 장치인 큐로셀의 CD5 바인더를 장착해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 파괴하는 사멸 능력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세포 간 상호 공격 현상 없이 T세포 림프종을 효율적으로 사멸시키는 동종 CAR-T 세포의 기능을 확인하며, 차세대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세계 최초 CD5 유전자 제거 동종 CAR-T 개발 성과로, 건강한 사람의 세포로 미리 치료제를 만들어 두는 ‘기성품’ 형태의 치료제 상용화를 향한 중요한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환자의 맞춤 제작 대기 시간 없이 즉시 투여할 수 있어 기존 자가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세포 림프종을 넘어 T세포 백혈병으로의 적용 확대도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병원과 스탠퍼드대는 올해 안에 GMP 시설에서 실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용 CAR-T세포를 생산하고 테스트할 예정이며, 한-미 국제협력 기반의 차세대 세포치료제 공동 임상시험을 기대하고 있다. 

고영일 특화연구소 첨단바이오센터장(혈액종양내과)은 “이번 공동연구 성과는 T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기존 자가세포 기반 CAR-T의 한계를 극복한 동종 CAR-T 세포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한-미 공동 임상시험 등 후속 개발에 박차를 가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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