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醫, “의료기사법 개정 즉각 중단해야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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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도·감독없이 무면허 의료행위 변칙 허용"...의료 면허체계 붕괴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 규정의 핵심 개념인 '의사의 지도'를 '처방·의뢰'로 변경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 : 황규석 회장
사진 : 황규석 회장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 없이 의료기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를 사실상 허용해 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은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 면허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지난해 10월 의료기사 정의 규정의 ‘지도’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기사의 업무가 의사의 지도 외에 의뢰나 처방에 따라 수행되는 경우도 있어 현실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남 의원 등의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변칙적으로 허용해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행위는 진단, 치료, 경과 관찰 및 사후관리까지 의사의 책임 하에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배제된 상태에서 처방전 한 장만으로 의료기관 외부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며, 환자를 의료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사회는 개정안이 의료 면허체계의 붕괴와 보건의료 질서의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자격이 부여된 직역"이라며 "그럼에도 ‘지도’라는 명확한 법적 개념을 삭제하고 ‘처방’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대체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의료기사의 사실상 단독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직역 간 전문성의 경계를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을 지켜온 의료 시스템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의사회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의사회는 개정안이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으로 국민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의사회는 "의사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의 주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법적·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환자와 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의료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의사회는 "‘돌봄’과 ‘편의성’이라는 미명 아래, 의료의 본질인 ‘안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복지와 돌봄은 전문적인 의료 시스템 안에서 안전하게 제공돼야 하며, 이를 훼손하는 어떤 입법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서울시의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전문가 단체로서,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국회는 지금이라도 졸속적이고 위험한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이 무엇인지 근본부터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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