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 항우울제 치료 반응, 치료 전 ‘뇌 기능적 연결성’ 예측

장석기 기자
| 입력:

서울대병원, 약물 치료 경험 없는 우울증 청소년 대상 뇌 ‘기본모드네트워크’ 분석

[그림1] 항우울제 치료 전 기본모드네트워크(붉은색)와 감각운동·인지조절 관련 뇌 영역(파란색) 간 기능적 연결성이 높을수록 8주 치료 후 우울 증상 감소 폭이 컸다.
[그림1] 항우울제 치료 전 기본모드네트워크(붉은색)와 감각운동·인지조절 관련 뇌 영역(파란색) 간 기능적 연결성이 높을수록 8주 치료 후 우울 증상 감소 폭이 컸다.

치료 전 뇌의 기능적 연결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치료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울한 생각을 주관하는 뇌 영역이 감각·인지 관여 영역과 치료 전부터 활발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약물 투여 후 우울 증상 감소 폭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팀(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문영 교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이경화 교수)은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12~17세 청소년 우울증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s-fMRI)을 촬영해 뇌 기능적 연결성과 항우울제 치료 반응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뇌 발달 시기에 발병하는 청소년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학업 및 사회적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성인기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은 성인과 뇌 신경생물학적 기전이 다르고 우울감을 신체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 약물 치료 반응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1차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 투여 시 약물 저항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없어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성인 우울증 치료 예측 지표로 주목받아 온 뇌의 ‘기본모드네트워크(DMN)’에 주목했다. 기본모드네트워크란 사람이 쉬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네트워크로, 복내측 전전두피질·배내측 전전두피질·후방대상피질로 구성되며 자아 성찰·반추 등 내면으로 향하는 인지 작용 및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기분과 불안(MAY) 클리닉에 내원한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항우울제만의 순수한 치료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 등 다른 심리치료는 병행하지 않았다. 환자들은 치료 시작 전 약 10분간 휴지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해 뇌의 각 영역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신호를 주고받는지를 나타내는 ‘기능적 연결성’을 측정했고, 이후 8주간 SSRI 계열 항우울제인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투여받았다. 

그 결과, 소아청소년 우울 증상 평가척도(CDRS-R)로 측정한 평균 우울 점수는 치료 전 58.59점에서 8주 후 43.11점으로 평균 15.47점 감소했다. 이때 기본모드네트워크의 세 핵심 영역이 신체 감각 처리를 담당하는 섬엽·중심후회, 인지 조절을 담당하는 변연상회 등의 뇌 영역과 치료 전부터 더 활발하게 연결되어 있던 환자일수록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그림2] 치료 전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좌측 섬엽 간 기능적 연결성(rsFC)(가로축)이 높을수록, 8주 후 소아청 우울 증상 평가척도(CDRS) 점수 변화량(세로축)의 감소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r = -0.603, p 〈 0.001).
[그림2] 치료 전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좌측 섬엽 간 기능적 연결성(rsFC)(가로축)이 높을수록, 8주 후 소아청 우울 증상 평가척도(CDRS) 점수 변화량(세로축)의 감소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r = -0.603, p 〈 0.001).

구체적으로 ▲복내측 전전두피질-좌측 중심후회 ▲복내측 전전두피질-좌측 섬엽 ▲배내측 전전두피질-우측 변연상회 ▲후방대상피질-우측 변연상회 간의 연결성이 강할수록 우울 증상이 뚜렷하게 감소했으며, 네 가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01). 반면 기본모드네트워크 내부 영역들 사이의 연결성은 치료 반응과 무관했다. 

이는 뇌가 부정적인 생각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영역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치료 성공의 핵심 기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울증이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 쉬운 청소년의 특성상, 신체 감각 신경망과의 연결 능력이 치료 반응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장문영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은 발달 단계의 특성상 성인 우울증과 다른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가질 수 있다”며 “이번 결과는 청소년 우울증의 항우울제 치료 반응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소년 우울증에서 항우울제 치료 반응이 치료 전 뇌 기능 연결성의 개인차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향후 더 큰 규모의 연구와 예측 모델 개발을 통해, 치료 초기부터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바이오마커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경정신약물학(Neuropsychopharmacology, IF 7.1)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문영 교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이경화 교수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문영 교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이경화 교수
최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