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전이성 유방암 진행 예측 길 열었다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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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혈액 속 떠도는 암세포의 ‘순환종양DNA’로 확산 위험 예상

혈액검사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암세포가 퍼질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특히 전이 병변 수가 적은 ‘소수전이 유방암’ 환자 중 정위적방사선치료 등 국소 치료가 도움이 될 환자를 선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지석 교수, 종양내과 김민환·김건민 교수 연구팀은 1차 전신 항암 치료를 받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암 진행 양상을 분석한 결과, 혈액 속 순환종양DNA의 유전체 불안정성 점수(I-score)가 향후 암이 다발성으로 진행할지를 예측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방사선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국제방사선종양학·생물학·물리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Radiation Oncology Biology Physics, IJROBP)’ 최신호에 게재됐다.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유방을 넘어 뼈, 폐, 간, 뇌 등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를 말한다. 그중 전이 병변의 개수가 적은 소수전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이 병소를 직접 치료하는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정위적방사선치료(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 SBRT)는 고선량 방사선을 병변에만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대표적인 국소 치료법이다. 집중 조사하는 만큼 주변 정상 조직 손상은 줄이면서 전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수전이 유방암 환자에서 국소치료가 효과를 보일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유방암은 환자마다 암의 아형, 전이 속도, 전신 확산 양상이 다양해 영상 검사로 보이는 전이 병변 수만으로 적절한 치료 대상자를 정하기 어려워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 유래 DNA인 순환종양DNA(ctDNA)에 주목했다. 순환종양DNA는 암세포가 죽거나 분해되는 과정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DNA 조각으로, 혈액검사만으로 암의 유전적 특성과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상연구에 등록된 전이성 유방암 환자 207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전이 병변이 적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장기로 광범위하게 전이가 진행되는 환자군이 확인됐다. 

진단 당시 전이 병변이 1~5개였던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5.4%였지만, 6~10개인 환자는 65.9%, 10개를 초과한 환자는 44.9%로 나타났다. 전이 병변 수가 많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진 것이다. 

특히 순환종양DNA의 유전체 불안정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암이 단기간에 전신으로 확산할 위험이 컸다. 유전체 불안정성은 암세포의 DNA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 결과, ctDNA 불안정성 점수인 I-score가 7.3을 초과하는 높은 점수의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광범위 전이로 진행할 위험이 약 3.2배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 암 아형, 초기 전이 병변 수 등 임상적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영상검사 상 병변 수가 적어 소수전이암으로 보이더라도 순환종양DNA 불안정성이 높다면 향후 전신 전이로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치료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반대로 순환종양DNA 불안정성이 낮은 환자라면 정위적방사선치료와 같은 국소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장지석 교수는 “소수전이성 유방암에서 국소치료의 역할을 두고 논란이 이어져 온 이유는 암의 진행 양상을 결정하는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는 순환종양DNA를 활용해 실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민환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는 환자별 전신 확산 위험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약물치료와 국소치료를 조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향후 순환종양DNA 기반 맞춤형 치료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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