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세균의 장내 이동, 간질환 악화 원인으로 밝혀져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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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성심병원 석기태 교수팀, 건강인·간질환 환자 포함 3544건 대규모 데이터 분석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석기태 교수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변화를 분석해 간질환의 진행 단계와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구강 세균이 장으로 이동해 간경변·간암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대규모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했다.

사진 : 소화기내과 석기태 교수
사진 : 소화기내과 석기태 교수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간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진행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간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생물을 활용한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을 포함해 지방간, 간염, 간경변, 간암 환자 등 총 1168명의 대변 샘플과 전 세계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장내 미생물 유전체(메타게놈) 데이터 2376건을 통합한 총 3544건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간질환이 진행될수록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건강한 장 환경이 무너지면서 특정 세균만 남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다양성 감소에 그치지 않고, 질환 단계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수행하는 기능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간염 단계에서는 특정 세균의 활동이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났고, 간경변 단계에서는 몸에 해로운 독성 물질을 만드는 기능이 늘어났다. 간암 단계에서는 세포 손상과 관련된 물질이 더 많이 생성됐다. 

▲(그래프 1) 간질환 진행에 따른 장내 미생물의 역할 변화를 나타낸 자료.
▲(그래프 1) 간질환 진행에 따른 장내 미생물의 역할 변화를 나타낸 자료.

 질환 초기인 간염 단계(회색)에서는 세균이 스스로 성장에 집중하는 ‘합성’ 활동을 보이지만, 간경변(주황색)으로 악화될수록 몸에 해로운 독성 물질을 만들기 시작한다. *간암(빨간색) 단계에 이르면 지방과 단백질을 부패시켜 간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독성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구강 세균이 장으로 이동”… 간질환 악화·사망 위험 높인다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구강 유래 세균의 장내 이동이다. 연구팀은 간경변과 간암 환자에서 베이요넬라(Veillonella), 리길락토바실러스(Ligilactobacillus) 같은 구강 유래 세균이 공통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타액과 대변 샘플을 함께 확보한 12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입안에서 발견된 베이요넬라가 장에서도 동일하게 검출됐다. 이는 구강 세균이 실제 장으로 이동해 정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생존율 분석에서는 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간경변·간암 환자 18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장에서 베이요넬라가 많이 검출된 환자군의 생존율은 20% 초반에 머문 반면, 수치가 낮은 환자군의 생존율은 약 60%로 나타났다. 두 환자군 간 생존율 차이가 약 3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크게 감소해 특정 세균만 우세하게 남은 환자들 역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강 유래 세균의 장내 정착 여부와 장내 미생물 균형 상태가 간질환 환자의 사망 위험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래프 2) 장내 ‘베이요넬라’ 세균의 양에 따른 간질환 환자의 생존율 비교 그래프다.
▲(그래프 2) 장내 ‘베이요넬라’ 세균의 양에 따른 간질환 환자의 생존율 비교 그래프다.

 세균이 많이 검출된 환자군(주황색)은 적게 검출된 환자군(파란색)보다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간 조직 검사 대신 ‘대변 검사’ 가능성… 맞춤형 치료 기대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구성과 기능 정보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질환 분류 모델(AUC)도 구축했다. AUC(Area Under the Curve)는 진단·분류 모델의 구분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해당 모델은 간경변·간암 등 진행된 간질환 단계에서 AUC 0.8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향후 대변 기반 비침습 검사와 고위험 환자 선별 도구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석기태 교수는 “간질환의 진행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대규모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구강 유래 세균이 장내 환경 변화와 질환 악화에 연관될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대변 기반의 안전하고 비침습적인 간질환 진단법 개발은 물론 미생물을 표적으로 한 맞춤형 예방·치료 전략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간질환 전 단계에 따른 장내 미생물 및 기능 변화 분석(Stage-dependent gut microbiome and functional signatures across the liver disease spectrum: an integrative multicohort study)” 이라는 제목으로 영국 소화기학회 국제 학술지 ‘GUT’에 2026년 3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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