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산모, 주요 산과 합병증 위험 한국 출생 여성보다 높지 않아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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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서울의대, 2022년 분만 20만여 건 분석…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 약 9%↓ 보편적 건강보장이 보호 기반으로 작동했을 가능성 시사…언어·문화·돌봄 등 정책 과제도 제시

‘이주여성 산모는 고위험군’이라는 기존 인식이 있다. 하지만 국내 거주 이주여성의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은 한국 출생 여성보다 오히려 높지 않다는 전국 단위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림] 이주여성 산모와 한국 출생 여성의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 비교
[그림] 이주여성 산모와 한국 출생 여성의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 비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승미 교수팀(김지회 교수)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용 교수팀(이보미 연구원)은 2022년 국내에서 발생한 분만 20만 2,690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해외 선행 연구에서는 이주여성이 언어·문화적 장벽과 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모성 사망률과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반면 한국은 등록 외국인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임신·출산 관련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팀은 주민등록체계상 등록 외국인 여성을 ‘이주여성’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제도적 환경에서 이주여성의 산전진찰 이용과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 주요 산과 합병증: 자간전증·자간증,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병,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난산, 조산, 회음부 열상, 산과적 출혈 

지난 10년간(2013~2022년) 국내 전체 분만 건수는 40만 5,784건에서 20만 2,690건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전체 분만 중 이주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4.04%에서 2020년 6.26%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감소해 2022년에는 5.31%(1만 772건)를 기록했다. 

분석 결과, 임신·출산 과정에서 주요 산과 합병증을 하나 이상 겪은 비율은 이주여성 24.1%, 한국 출생 여성 25.9%로 비슷했다. 산모 100명 중 약 25명꼴로, 두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나이, 의료보장 유형, 거주 지역, 산전진찰 이용 정도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을 같게 맞춘 뒤 다시 비교했다. 그 결과, 이주여성의 주요 산과 합병증 위험은 한국 출생 여성보다 오히려 약 9% 낮았다. 질환별로 보면 임신 중 혈압이 높아지는 임신성 고혈압 위험은 약 36%, 분만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난산 위험은 약 18% 낮았다. 

다만 이런 차이는 35세 미만 산모에서 뚜렷했고, 35세 이상 산모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주 여부와 관계없이 합병증 위험이 비슷해진다는 의미다. 

두 집단의 특성도 조금씩 달랐다. 이주여성 산모는 평균 30.5세로 한국 출생 여성(33.0세)보다 2.5세가량 젊었고, 제왕절개 비율은 49.5%로 한국 출생 여성(56.3%)보다 낮았다. 임신 중 받은 산전진찰은 평균 15회로 한국 출생 여성(18회)보다 다소 적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최소 8회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다만 산전진찰을 9회 미만 받은 산모 비율은 이주여성이 10.1%로, 한국 출생 여성(2.1%)보다 높았다. 

이승미 교수(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여러 국가의 기존 연구와 달리, 한국의 이주여성은 한국 출생 여성보다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보편적 건강보장이 중요한 보호 기반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진용 교수(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는 “건강보험 적용뿐만 아니라, 이주여성이 임신 초기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고 언어와 문화, 근무·돌봄 여건의 장벽 없이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및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 분야 국제 학술지 ‘Archives of Public Health’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승미 교수,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용 교수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승미 교수,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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