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최가영 교수와 의생명연구센터 함성원 교수 연구팀이 소아의 간 내 지방량을 MRI 수준으로 측정 가능한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소아 지방간(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소아 지방간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소아(6~11세)와 청소년(12~18세)의 비만 유병률은 각각 56.3%, 31.3% 증가했다.
현재 간 내 지방량을 정량화하는 비침습적 검사로는 MRI-PDFF가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검사 비용과 초음파에 비해 긴 검사 시간으로 인해 어린 소아에서는 장시간 움직임을 제한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면 등의 진정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반복적인 추적검사 등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소아 지방간 진단 기술 개발을 위해 ‘초음파 원본 신호(RF 데이터)’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초음파 영상(B-mode)은 초음파 신호를 사람이 보기 용이한 흑백 영상으로 변환한 화면이다. 의료진이 영상의 밝기 차이로 지방간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는 수치화된 정량적 분석이 아닌 정성적 평가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경미한 지방간은 놓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RF 데이터는 영상으로 변환되기 전 단계의 원초 고주파 신호로, 조직 내부에서 반사되는 초음파의 세기와 주파수 변화 등 보다 많은 조직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해 이러한 원초 고주파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일반 초음파 영상에서는 구분하기 어려운 간 조직의 미세 변화까지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지방간이 의심되는 소아·청소년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MRI-PDFF와 RF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의 다양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각 모델의 진단 정확도를 MRI-PDFF와 비교 검증했다.
그 결과, RF 데이터와 함께 혈액검사 상의 간기능 수치(ALT), 초음파가 조직을 통과하며 약해지는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UGAP) 등을 활용한 AI 모델이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해당 모델이 예측한 간 지방량은 MRI-PDFF 결과와의 차이가 평균 약 1.45%에 불과해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RF 데이터를 활용했을 때 일반 초음파 영상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압축되는 조직 내부의 미세 신호 정보까지 AI가 분석할 수 있어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해당 AI 모델이 MRI-PDFF를 대신하여 소아 지방간을 선별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가영 교수는 “소아 지방간은 정확한 조기 진단은 물론 진단 이후에도 성장 과정에서 장기간 관리와 반복적인 추적검사가 중요한 질환”이라며 “그간 검사 협조의 어려움과 MRI 검사에 대한 부담 등의 한계로 소아 지방간의 정량적 평가가 쉽지 않았는데 방사선 노출 없이 비교적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에 AI 기술을 접목하여 소아 환자의 간 내 지방량을 보다 정확하게 정량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으며 6월초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소아영상의학 국제학술대회 ‘국제소아영상의학회(International Pediatric Radiology, IPR 2026)’에서는 ‘구연 발표(Oral Presentation)’로 선정돼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