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췌장 염증으로 췌장관이 좁아지면 극심한 복통을 유발해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췌장관을 넓히는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데, 소아의 경우 성인에 비해 췌장관이 얇고 짧아 삽입한 스텐트가 고정한 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빈번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탈 방지 기능’이 적용된 스텐트로 소아 만성췌장염 환자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도현·허건 교수, 단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송윤제 교수와 소아소화기영양과 김경모 교수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스텐트 양쪽에 고정용 날개가 부착돼 이탈을 방지하는 금속 스텐트로 만성췌장염 환자의 췌관 협착을 치료한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아 환자에서 스텐트 이탈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치료 성공률이 90.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성인 시술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성인에서 효과가 입증된 ‘이탈 방지 금속 스텐트’가 소아 환자에서도 우수한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만성 췌장염은 반복적인 염증으로 췌장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장기간 지속되면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이 모두 저하될 수 있으며, 심한 복통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췌장액이 지나가는 통로인 주췌관이 좁아지는 ‘주췌관 협착’이 발생하면 췌관 내부 압력이 높아져 반복적인 복통과 췌장염이 발생한다. 이때 내시경으로 좁아진 췌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췌장액이 원활히 흐르도록 하는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가 시행된다.
소아 ERCP에는 주로 플라스틱 스텐트가 사용된다. 플라스틱 스텐트는 직경이 좁아 시술 후 스텐트 내부가 다시 막혀 췌액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거나, 시술 중 삽입한 스텐트가 고정된 자리에서 이탈하게 되면 재시술이 필요했다. 연구에 따르면 췌관 협착으로 내시경 시술을 받은 소아 환자 2명 중 1명이 스텐트 이탈을 경험했다.
금속 스텐트의 경우 기존 플라스틱 스텐트에 비해 직경이 넓어 췌액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지만, 스텐트가 이탈됐을 때 새로운 췌관 협착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소아 환자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이탈 방지 기능’이 적용된 금속 스텐트를 활용한 ERCP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스텐트 양 끝에 날개 모양이 부착된 형태로, 시술 중 삽입한 스텐트가 고정한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텐트의 날개 부분이 췌관 내부에서 스텐트를 잡아준다
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탈 방지 금속 스텐트로 ERCP를 받은 만 18세 이하 소아 만성췌장염 환아 31명을 대상으로 약 7년간 시술 효과를 추적 분석했다. 소아 환자는 소아청소년전문과 의료진이 환아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시술했으며, 그 결과 스텐트 삽입 성공률은 100%였다. 치료 기간 중 스텐트가 이탈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치료 성공률은 90.3%로 분석됐다. 치료 성공률은 좁아졌던 주췌관이 충분히 확장된 동시에 진통제 사용량이 치료 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경우로 정의했다. 특히 협착된 췌관이 해소된 비율은 96.8%에 달했다.
중증 합병증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환아 1명에서 경증 췌장염이 발생했으나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회복됐다. 또한 연구팀은 이탈 방지 금속 스텐트로 여러 번 반복하던 내시경 시술 횟수가 감소하면 치료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도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공동 연구를 통해 이탈 방지 기능을 갖춘 금속 스텐트가 소아 만성췌장염 환자의 주췌관 협착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높은 협착 해소율과 임상적 성공률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플라스틱 스텐트의 반복적인 이탈이나 치료 실패를 경험한 환아에게 정교한 소아 맞춤형 내시경 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모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소아 만성췌장염은 어린 나이부터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소아 ERCP 1천례’ 달성 경험을 기반으로 환아의 성장과 학업,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한 장기적인 치료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소화기내과와의 공동 연구 성과가 반복적인 시술과 입원 등 환아와 가족의 치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공식 발행하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소화기내시경(Gastrointestinal Endoscopy, 피인용지수 8.0)’에 최근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도현·허건 교수, 소아소화기영양과 김경모 교수, 단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송윤제 교수](https://cdn.www.sciencemd.com/w583/q75/article-images/2026-07-22/0a4064f3-4dc6-4c91-a5d0-baa61293e456.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