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보험사기 혐의 모 한방병원 경찰 압수수색에 제도개선해야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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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방병원 압수수색 계기로 한약조제관리체계, 원외탕전실운영 자보 한방진료 개선촉구

수백억 원대 보험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모 한방병원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한약 조제관리체계와 원외탕전실 운영,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진 :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7월 23일 오후 4시 의협회관 지합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기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한방병원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사진 :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7월 23일 오후 4시 의협회관 지합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기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한방병원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모 한방병원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환자별 증상에 따른 개별 처방이 아닌 미리 제조된 한약을 반복적으로 처방하고, 이를 근거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청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처방기록과 조제기록, 원외탕전실 운영자료, 보험금 청구자료 등을 확보해 의료재단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까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특정 한방병원 하나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한약 조제관리체계와 원외탕전실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한특위는 오래전부터 원외탕전실의 불법 사전조제와 대량생산, 무자격자 조제, 관리 부실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습니다. 

원외탕전실은 원래 환자별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그러나 공동이용 허용으로 일부 대형 원외탕전실이 수백 개 이상의 한의원과 거래하며 사실상 대량 생산과 대량 공급을 담당하는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년간 반복되어 왔습니다. 환자를 진료하기도 전에 동일한 처방을 미리 만들어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공급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환자 맞춤형 조제라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조제와 제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무자격자 조제와 안전관리 부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대형 원외탕전실은 수백 개 이상의 한방의료기관 처방을 담당하면서도 한약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으며, 실제 조제가 비전문 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현행 제도에는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가 시행 중인 원외탕전실 인증제 역시 실효성이 부족합니다. 

202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전국 127개 원외탕전실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은 21개(16.5%)에 불과했으며, 한방의료기관과 원외탕전실 소재지 불일치율은 전국 평균 38%, 서울은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017년 한약 소비실태조사에서는 무자격자에 의한 한약 조제율이 한의원의 경우 47.9%, 한방병원의 경우 33.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2020년 이후 정부 실태조사에서 ‘한약 조제 전담인력’ 항목이 삭제되어 현황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한약의 안전성과 품질관리 역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의과 의약품은 엄격한 허가와 임상시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습니다. 그러나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되는 조제한약과 약침액은 성분과 함량, 제조이력, 품질관리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관리 및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은 자신에게 투여되는 한약이 어떤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제조되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 진료비 청구 영역에서도 한방진료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5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는 2조 8,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7% 증가하였는데, 의과 진료비는 전년과 거의 비슷한 반면, 한방 진료비는 1조 6,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8% 증가했습니다. 이는 의과 진료비에 비해 약 5,900억원이 더 많은 수치이며,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환자 수도 한의원이 약 83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방병원이 약 82만명, 의원 71만명 순이었습니다. 한방 분야는 2021년 1조 3,066억원으로 의과 분야(1조 787억원)를 앞지른 후 전체 진료비를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늘어나 2025년에는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60%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한방 입원 진료비는 5,974억원으로 한방 전체 진료비의 35.2%를 차지했으나, 실제 입원 명세서 건수는 한방 전체의 4.4%인 57만 4,000건에 불과하여 소수의 입원 건에 진료비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 같은 상병이라도 건당 진료비가 의과보다 한방이 2.8배까지 높은 경우도 있어 자동차보험 진료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보험 진료에서 한방 환자 수와 진료비가 의과를 앞지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단순한 수요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일부 한방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보다 반복적인 첩약 처방, 장기 입원 및 불필요한 입원 유도 등을 통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이는 자동차보험 제도 및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의료는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 회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보다 보험금 청구를 극대화하는 진료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의료윤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보험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초래하여 결국 그 부담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정부는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방지할 수 있는 관리·감독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라도 그동안 제기되어 온 원외탕전실의 불법 사전조제와 대량생산 문제가 본격적인 수사의 대상이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특정 한방의료기관의 문제로만 끝나서는 안 됩니다.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합니다. 사전조제가 실제 이루어졌는지, 동일한 처방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는지, 무자격자가 조제에 관여했는지, 자동차보험금 청구가 관련 기준에 적법했는지, 원외탕전실이 사실상 대량 제조·유통시설로 운영된 것은 아닌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원외탕전실 공동이용 제도와 사전조제, 무자격자 조제 문제, 인증제의 실효성, 한약의 품질 및 안전관리 체계,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적정성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원외탕전실 운영기준을 강화하고 사전조제와 대량생산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즉시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보험재정 역시 어떠한 부당한 청구에 악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특위는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외부의 어떠한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또한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외탕전실과 한약 조제관리체계, 자동차보험 한방과잉진료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026. 7. 23.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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