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김모 할머니는 14년 전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혈관 내 스텐트-그래프트 삽입술(EVAR)을 받았다. 하지만 대동맥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가 계속 커져 최근에는 지름이 약 11cm에 이를 정도였다.
대동맥류는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가장 굵은 혈관인 대동맥의 벽이 약해지면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발생 위치에 따라 가슴에 생기면 흉부대동맥류, 배에 생기면 복부대동맥류라고 한다.
복부대동맥류는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김 할머니의 경우 대동맥류의 크기가 매우 큰 데다 위치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스텐트-그래프트 시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김 할머니는 90세라는 초고령에도 불구하고 수술적 치료를 받기로 했다. 중앙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조준우 교수는 김 할머니의 복부 대동맥과 장골동맥에 삽입돼 있던 스텐트 일부를 제거하고, 크게 부풀어 오른 대동맥류를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김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뿐 아니라 신부전, 간경화 등 여러 동반질환으로 수술 고위험군이었지만 의료진의 집중적인 관찰과 회복 관리를 받아 수술 후 12일째 되는 날 별다른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이번 치료 사례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적 치료를 포기하기보다, 환자의 상황과 치료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뿐 아니라 삶의 질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복부대동맥류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5년 6892명에서 2025년 1만5650명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특히 2025년 기준 60세 이상 환자가 전체의 약 96%를 차지해 대표적인 노년기 혈관질환으로 꼽힌다.
문제는 복부대동맥류의 크기가 상당히 커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복부 CT나 초음파 등의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대량 출혈로 이어져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파열 후에는 응급수술이 필요하고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대동맥류가 발견되면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복부대동맥류의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 전신상태, 대동맥류의 크기와 위치, 주변 혈관의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최근에는 고령이거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대퇴동맥 등을 통해 혈관 내로 스텐트-그래프트를 삽입하는 혈관 내 치료(EVAR)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개복 수술에 비해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복부대동맥류 환자가 혈관 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동맥류의 위치나 모양, 혈관 상태에 따라 스텐트-그래프트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복부대동맥류의 개복수술은 복부를 절개해 늘어나고 약해진 대동맥 부위를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수술 범위가 넓고 수술 과정에서 주요 장기로 가는 혈류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전신상태를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안전한 수술을 위해 의료진의 숙련된 판단과 수술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앙대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와 순환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이 협력해 고령 환자의 수술 전 심폐기능과 신장기능, 영양상태, 인지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수술 후에는 중환자의학과,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해 고령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높은 섬망과 낙상, 폐렴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환자가 최대한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회복 관리에도 만전을 다하고 있다.
집도의인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조준우 교수는 “초고령 환자의 대동맥 수술은 단순히 수술 성공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환자의 남은 삶의 질과 수술 후 일상생활까지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부대동맥류는 한번 발생하면 약물이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이미 늘어난 혈관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동맥류가 더 커지거나 파열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복부대동맥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파열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니만큼 고령의 고혈압·동맥경화 환자나 흡연력이 있는 사람은 건강검진이나 복부 영상검사를 통해 대동맥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