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만큼 병이 깊어질 때까지 뚜렷한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대한 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의 48.8%는 진단 당시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였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높은 암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중년층의 건강과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40대에서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5.3명, 50대에서 16.9명으로 해당 연령대의 주요 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생하는 간암은 개인과 가족의 삶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방간 단계부터 간 상태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와 함께 지방간의 원인부터 간섬유화 스캔 검사, 생활 속 관리법까지 알아본다.
대사이상지방간질환, 원인은 ‘대사 이상’지방간은 이름 그대로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간에도 소량의 지방은 존재하지만,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흔히 간을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술만 떠올리지만 오히려 술과 관계없이 생기는 지방간이 더 흔하다.
이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불리우던 질환은 현재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명칭을 바꾸었을 만큼, 주로 비만·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대사 이상과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24.1%로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지방간을 의심해 봐야 하는 이유다.
운동 줄고 기름진 식단 늘어… 젊은 층도 위험지방간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국립보건연구원 분석에서 건강한 식생활과 충분한 신체활동을 함께 실천한 사람은 지방간 위험이 약 32% 낮았다. 그런데 젊은 층에서는 신체활동과 식생활 지표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030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모두 1년 전보다 낮아졌다.
지방 섭취 비율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2030 남녀 모두 권고 상한선인 30%를 넘었다. 체중도 함께 늘어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59%로 1년 새 9.9%p 증가했다. 비만은 지방간의 주요 위험요인인 만큼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흡연하면 지방간 위험 14% 높아져흡연도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문형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 20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지방간 위험이 14% 높았다.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게 한다. 또 니코틴이 지방 분해를 촉진해 늘어난 지방산이 간으로 되돌아가 쌓이기도 한다.
문제는 지난해 젊은 층의 담배제품 사용률이 늘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20대 남성은 29.5%에서 33.2%로 늘었고, 30대 여성은 7.5%에서 13.9%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문형 교수는 “담배는 폐뿐 아니라 간에도 부담을 주는 위험 요인”이라며 “지방간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10명 중 4명은 방치지방간은 발견 이후 관리가 중요하지만 진단을 받고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방간 환자 1,000명을 분석한 결과 79.9%는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지방간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후 의료기관을 찾은 비율은 57.7%에 그쳤고 나머지 42.3%는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로는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1.6%)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방치하는 사이 지방간이 더 심각한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간 넘어 심혈관까지 위협하는 지방간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간에 지방만 쌓인 단순 지방간에서 시작해 염증으로 간세포가 손상되는 지방간염을 거쳐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악화하지 않지만 약 5~18%는 간경변증에 이른다. 이 중 해마다 약 2.6%는 간암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간의 영향은 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간질환이 아닌 심혈관질환이다. 지방간은 심근경색·뇌졸중은 물론 당뇨병과 만성 콩팥병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조직검사 없이 간 섬유화를 확인하는 ‘간섬유화 스캔’지방간은 일반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진단 후에는 간이 얼마나 굳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심할수록 간경변증과 간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섬유화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검사가 간섬유화 스캔이다. 초음파 원리를 이용해 간의 탄성도와 지방량을 수치로 측정하는 검사로 바늘을 넣지 않아 몸에 부담이 적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는 복부 초음파와 간섬유화 스캔으로 지방간 정도와 간섬유화를 함께 평가한다. 당뇨병·비만을 동반한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추적 관찰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 여부를 살피고 간암이 의심되면 CT·MRI 정밀 영상검사와 다학제 협진으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간다.
체중 감량이 치료의 핵심, 기저질환도 함께 관리
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는 대부분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만큼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체중을 3~5%만 줄여도 지방간이 호전될 수 있고 7~10%를 감량하면 간섬유화를 포함한 지방간염 상태도 대부분 개선될 수 있다. 다만 1주일에 1kg 이상 급격히 체중을 줄이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하고 간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 식사는 세 끼를 거르지 않되 한 끼 양을 조금씩 줄이고 기름진 음식이나 과당이 든 음료는 피해야 한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지방간은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기저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는 "검진 결과지에 적힌 ‘지방간’은 간이 보내는 첫 번째 경고장"이라며 "비만·당뇨병이 있다면 간섬유화 검사와 함께 식습관과 운동, 기저질환 관리까지 이어가야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