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찾지 못했던 소뇌실조증 환자들이 하루이틀 만에 반복서열 확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술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이 ‘반복서열(STR) 확장’이 원인인 유전질환 관련 유전자 56곳을 단 한 번의 검사로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유전자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진단 기간을 25시간(약 1~2일)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그림1] nCATS-STRiker 기반 반복서열 확장질환 진단 워크플로우. 혈액 DNA를 Cas9로 표적 절단해 나노포어로 읽고, STRiker가 반복서열과 메틸화를 분석해 진단 리포트를 생성한다. (총 25시간 소요)](https://cdn.www.sciencemd.com/w900/q75/article-images/2026-09-17/85862bb1-eaed-45e2-94f4-f0eff5f090d3.png)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문장섭 교수와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 공동 연구팀(공동 제1저자 이승복 교수, 정찬주·김민정 학생)은 기존 검사로도 원인을 밝히지 못했던 소뇌실조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적용해, 미진단 환자의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반복서열 확장질환’은 유전자 속 특정 문자열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반복·증식하면서 뇌나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질환군이다.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는 ‘소뇌실조증’이 대표적이며, 현재까지 이 질환군의 원인으로 알려진 유전자 부위는 56곳에 이르고 계속 새로운 부위가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짧은 염기서열 분석 방식으로는 반복서열이 길게 늘어난 구조와 반복 횟수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이 때문에 연구에서 원인이 확인된 환자들은 증상이 시작된 뒤 확진까지 평균 8.9년에 달하는 긴 진단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이들 56곳 유전자 부위만 선택적으로 절단한 뒤, 3세대 나노포어 시퀀싱으로 긴 서열을 직접 읽어내는 ‘nCATS’ 기법을 최적화했다. 여기에 복잡하게 늘어난 유전자 패턴을 자동으로 판독·시각화하는 자체 소프트웨어 ‘STRiker’를 결합해, 단 한 번의 검사로 56곳을 동시에 정밀 분석하는 플랫폼을 완성했다. 환자 혈액에서 얻은 DNA 5㎍만 있으면 검사가 가능하며, DNA 추출(2시간)과 라이브러리 제작(5시간), 시퀀싱(18시간)까지 총 25시간이면 끝난다. 이후 STRiker를 이용한 전산 분석은 수 분 만에 완료된다.
연구팀이 기존 최신 유전자 검사로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소뇌실조증 환자 37명에게 이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 전체 환자의 32.4%에 해당하는 12명에서 새롭게 질병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 FGF14에서 4명, ATXN8OS·NOP56·RFC1에서 각 2명, PRNP·NOTCH2NLC에서 각 1명의 반복서열 확장이 확인됐다. 이 중 PRNP 반복 확장은 아시아인에서는 처음 보고된 사례다. 나머지 25명은 이번 검사에서도 원인이 확인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 남았다. 연구팀은 진단된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시행해 5개 가족, 6명의 친척에서도 동일한 유전자 이상을 규명하며 조기 진단과 유전상담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림2] 미진단 소뇌실조증 환자 대상 임상 적용 성과. 기존 검사로 원인을 찾지 못한 소뇌실조증 환자 37명에 nCATS-STRiker를 적용해 12명(32.4%)에서 질병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https://cdn.www.sciencemd.com/w900/q75/article-images/2026-09-17/0b6dc4f8-702e-4b55-bd03-a7b6bc1b2b77.png)
이 기술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복제·증폭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읽어내, 유전자 작동을 켜고 끄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인 ‘DNA 메틸화’ 상태까지 함께 분석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NOTCH2NLC 유전자의 반복서열 확장 두 가계를 분석해, 어머니에게서 자녀로 전달될 때 반복 길이는 더 길어졌지만 메틸화도 함께 늘어나 자녀는 오히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일부 반복서열 확장질환에서는 반복 길이뿐 아니라 메틸화 상태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질환 발현 양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실제 미진단 환자의 원인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소뇌실조증뿐만 아니라 다른 반복서열 확장질환 전반의 진단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문장섭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는 “그동안 여러 검사를 거치고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미진단 소뇌실조증 등 반복서열 확장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진단 기회를 제공한 연구”라며 “앞으로 이 기술을 통해 더욱 많은 환자들이 수년에 걸친 진단 여정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4.1)’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문장섭·이승복 교수,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https://cdn.www.sciencemd.com/w900/q75/article-images/2026-09-17/2ddd6a60-8025-4dfd-a9d5-8e601ebe779b.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