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나 오른쪽 윗배가 아프면 흔히 체했다고 생각해 소화제부터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나 밤에 통증이 반복된다면 위가 아닌 담낭이 원인일 수 있다. 담낭이나 담관에 결석이 생기는 ‘담석증’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 지나가는 통증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담낭염이나 담관염, 췌장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외과 장재훈 교수와 함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쉬운 담석증의 증상부터 치료, 예방법까지 알아본다.

담석증 환자 해마다 증가… 2021년보다 19.4% 늘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낭에 모였다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며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이때 담즙을 구성하는 콜레스테롤과 담즙산, 담즙 색소 등의 균형이 깨지면 찌꺼기가 생기고 점차 굳어져 담석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담석증 환자는 2025년 28만 6,703명으로 2021년보다 19.4% 늘었다. 인구 고령화,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고열량·고지방 식습관 증가가 담석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담석증 환자 10명 중 9명은 40대 이상… 여성·비만·당뇨병도 위험 요인
담석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실제 2025년에는 4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89.4%를 차지했다. 또한 여성호르몬은 담즙 속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쳐 남성보다 여성에서 담석이 더 흔하게 발생한다.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식습관과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급격한 체중 감소, 가족력도 담석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화불량·위염과 혼동 쉬운 담석 통증
담석이 있다고 모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초음파 검사나 복부 CT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명치 부위가 더부룩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들고 통증이 저절로 가라앉는 탓에 단순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비슷한 통증이 반복되고 아래처럼 특정한 양상을 보인다면 담석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담석증의 대표적인 통증인 ‘담도산통’은 담석이 담낭 입구를 막으면서 발생한다. 이때 담낭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오른쪽 윗배나 명치에 심한 통증 또는 압박감이 나타나고 날개뼈 아래나 어깨까지 퍼지기도 한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뒤나 밤에 시작된 통증이 30분 이상, 길게는 수 시간 이어지거나 메스꺼움·구토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합병증은 담낭염, 심하면 패혈증 위험까지
담도산통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지만, 담석이 담낭 입구를 계속 막고 있으면 담낭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담낭염은 담석증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급성 담낭염의 90% 이상이 담석 때문에 생긴다. 통증이 수 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열과 오한까지 동반된다면 담낭염일 가능성이 높다.
담석의 위치에 따라 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담석이 담낭을 빠져나와 담즙 통로인 담관을 막으면, 담즙이 고이면서 세균이 번식해 복통·황달·고열이 나타나는 급성 담관염이 발생할 수 있다. 담석이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십이지장 유두부에 걸리면 췌장액의 흐름까지 막혀 급성 췌장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담낭염이나 담관염이 악화되면 패혈증으로 번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통증 반복되면 담낭절제술로 근본 치료
담석증 치료는 담석의 위치와 증상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담낭에 담석이 있어도 증상이 없다면 대부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한다. 반면 담도산통이 반복되거나 담낭염이 발생했다면 담석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담낭 자체를 떼어내는 담낭절제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담낭 벽에 석회가 생기거나 담석 크기가 3cm 이상인 경우에는 담낭암 위험을 고려해 수술을 권고할 수 있다. 담석이 담관으로 내려간 경우에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을 통해 담석을 제거한다.
복강경 수술로 통증·흉터 줄이고 회복 빨라
현재 담낭절제술은 복강경 수술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복부에 0.5~1cm 크기의 작은 구멍 몇 개를 내고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어 담낭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담낭절제술도 시행되면서 수술 방법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담낭절제술의 합병증 발생률은 2~4%, 사망률은 0.1% 미만으로 비교적 안전한 수술에 속한다. 수술 후에는 대개 2~3일 안에 퇴원하며, 2~4주면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담낭을 제거한 뒤 소화 기능을 걱정하는 경우도 많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담낭은 담즙 저장 기관으로, 제거하더라도 간에서는 담즙이 계속 만들어진다. 다만 수술 초기에는 지방 소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설사나 더부룩함 등이 나타날 수 있어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식사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식단·체중·대사질환 관리로 담석 예방
담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식습관과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며, 열량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줄이고 채소와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새우, 내장류, 장어처럼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되 무리한 단식이나 급격한 체중 감량은 피하고,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외과 장재훈 교수는 “담석 통증은 저절로 가라앉기도 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만큼, 식후 명치나 오른쪽 윗배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 소화불량으로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