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환자 데이터 분석... 성별 고려한 맞춤형 제균 전략 근거 제시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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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 연구팀, 여성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항생제 내성·부작용이 걸림돌 연구팀, 20여 년간 환자 데이터 분석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결과와 항생제 내성의 성별 차이 확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 연구팀이 20여 년간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하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의 결과와 항생제 내성에 성별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왼쪽), 최용훈 교수(오른쪽)
[사진]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왼쪽), 최용훈 교수(오른쪽)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사는 세균으로, 만성 위염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복용해 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받게 되는데, 제균에 성공하면 위암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문제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헬리코박터균이 늘어난 데다, 치료 중 부작용이나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면서 제균 치료의 성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항생제 내성은 제균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처럼 제균 치료의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항생제 내성은 물론, 치료 성공률 자체도 남녀 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고, 특히 항생제 내성의 성별 차이를 체계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먼저 2003년부터 2024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748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제균 성공률과 부작용을 비교했다. 그 결과, 치료를 시작한 전체 환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성의 제균 성공률은 65.1%로 남성(71.1%)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치료를 끝까지 마친 환자만 놓고 보면 남녀의 성공률은 각각 87.0%, 85.7%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 중 하나로 부작용을 꼽았다. 제균 치료 중 부작용을 보고한 비율은 여성이 60.2%로 남성(37.9%)보다 크게 높았고, 치료 후 확인 검사를 받지 않고 이탈한 비율 역시 여성이 21.7%로 남성(17.1%)보다 높았다. 여성 환자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환자 기준의 성공률이 낮게 나타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진 연구에서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 890명의 위 조직에서 균을 채취해, 제균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6종에 대한 내성에 남녀 간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항생제 내성에서 성별 차이가 확인됐다. 6종 가운데 클래리스로마이신(여성 50.0%, 남성 35.9%)과 메트로니다졸(45.3%, 38.4%), 레보플록사신(45.8%, 33.7%), 목시플록사신(45.5%, 34.1%) 등 4종에서 여성의 내성률이 남성보다 유의미하게 높았고, 아목시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은 남녀 간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클래리스로마이신과 레보플록사신, 목시플록사신은 나이와 음주, 체질량지수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도 여성의 내성 위험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그림] 성별에 따른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주요 항생제 내성률.
[그림] 성별에 따른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주요 항생제 내성률.

 제균 치료에 주로 쓰이는 항생제 6종 중 4종에서 여성의 내성률이 남성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성별 차이는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균 치료를 받은 적 없는 환자에서는 대부분의 항생제에서 남녀 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여성 80.9%, 남성 67.2%로 벌어졌다. 레보플록사신의 내성률 역시 여성이 61.1%로 남성(48.9%)보다 높았다.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비율도 여성에서 더 높았다. 2가지 항생제(클래리스로마이신·메트로니다졸)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이중내성은 여성 27.9%, 남성 20.4%였고, 여기에 퀴놀론 계열 항생제(레보플록사신·목시플록사신)까지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삼중내성은 여성 19.7%, 남성 13.3%였다. 

다제내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었는데, 남녀를 합쳐 보면 이중내성 비율은 2003~2007년 9.2%에서 2018~2025년 40.0%로, 삼중내성 비율은 1.4%에서 31.7%로 높아졌다. 특히 남성의 이중내성 비율은 2013년 이후 30% 안팎에 머문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계속 늘어 2018~2025년에는 50.0%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는 20여 년간 축적한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결과와 항생제 내성의 성별 차이를 함께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 측면을 함께 살펴본 만큼, 여성의 제균 성공률이 낮은 이유를 이해하고 성별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신저자 김나영 교수는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여성의 낮은 제균 성공률에는 높은 항생제 내성과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 탈락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성은 산부인과 감염이나 요로감염 치료 등으로 항생제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내성이 높아졌을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내성과 제균 실패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다. 

제1저자 최용훈 교수는 “제균 치료에 실패한 적이 있는 여성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다음 치료 전 항생제 내성 유전자 검사나 배양 검사로 항생제 내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많은 만큼 치료 전 충분히 설명하고 부작용을 관리해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두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상부위장관 분야 전문 학술지인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Korean Journal of Helicobacter and Upper Gastrointestinal Research)’와 소화기학 분야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 온라인 판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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