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내 만성질환 관리대책 강구해야”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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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醫, 고령환자 '본인부담금 증가' 가장 큰 걸림돌… 제도 실효성 저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이하 만관제)가 시범사업을 거쳐 본사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본인부담금’ 문제가 진료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표 : 국민공단 예시
표 : 국민공단 예시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동네 의원의 진료 환경과 의료 전달 체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존 제도와의 충돌과 환자 인식 간극, 행정 구조의 경직성이 맞물리며 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13일 “통합돌봄에 포함된 만성질환관리영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본인부담금 인하‘ 방법 뿐입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시의사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환자에게 적용되는 ‘노인외래정액제’와의 충돌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기존에는 기본 진찰과 약 처방만으로 총 진료비가 일정 금액 이하에 머물 경우 1,500~2,000원 수준의 본인부담금만 부담하던 고령 환자들이 많았지만, 만관제 참여로 포괄평가, 관리계획 수립, 교육·상담 등이 추가되면 총 진료비가 정액제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본인부담금이 몇 배로 급증하는 ‘절벽 현상’이 발생하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참여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사회의 지적이다. 

청구 방식 역시 현장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노인외래정액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분리 청구'를 요구해 왔다. 

의료계는 기본 진찰료(투약 포함)와 만성질환 관리 수가(교육 및 관리)를 분리해 청구해야 고령 환자들이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혜택을 유지하면서 질환 관리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행정 편의성과 선례 부족을 이유로 하나의 명세서로 묶는 ‘통합 청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청구 구조가 경직되어 있어 현장의 참여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 설득 부담이 일차의료기관에 전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의사회는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주사나 처방과 같은 물리적 치료와 달리, 의사의 설명과 교육 상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본인부담률을 20% 수준으로 낮추는 등 유인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진료실에서 직접 추가 비용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하는 구조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고, 의사-환자 간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보완책으로 도입한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한계도 지적된다. 

서울시의사회는 “걷기 등 건강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본인부담금에 활용하는 구조는 바람직한 시도”라면서도 “스마트폰 앱 등 IT 기반의 참여 방식은 주요 대상자인 70~80대 고령 환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일부 디지털 활용이 가능한 만성질환 환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정작 관리가 필요한 고령층은 본인부담금 증가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사회의 진단이다. 

아울러 만관제 사업 구조가 내과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외과계 의원들이 제도에서 사실상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고혈압·당뇨 등 내과적 만성질환 위주로 수가와 평가 체계가 구성돼 있다 보니 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등 외과계 1차 의료기관은 참여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동일한 일차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지원과 수가 보상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차의료 전체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사회는 만관제가 특정 진료과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일차의료 생태계 전반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외과계에서도 참여 가능한 만성질환 관리 모델을 개발하고 제도적 포용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만관제 본인부담금 문제는 단순히 '비용이 비싸다'는 차원을 넘어, 구조적 충돌, 상담 중심 진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기존 노인외래정액제의 혜택을 앗아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일차의료기관의 개인적 역량(환자 설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시스템 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며 “청구 방식 개선과 본인부담 구조 재설계, 진료과 간 형평성 확보 등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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