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생기는 암인 포도막흑색종의 전이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세브란스 안과병원 안과 이승규, 김용준 교수 연구팀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남창현 박사 연구팀과 함께 포도막흑색종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전이와 관련된 주요 변화를 찾아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7.5)’ 최신 호에 게재됐다.
포도막흑색종은 성인에서 가장 흔하게 생기는 안구종양으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다. 특정 염색체로 전이 위험을 예측하는데, 같은 고위험군이라도 전이 여부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더 정밀한 예측법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포도막흑색종을 진단받은 환자 40명의 암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전이와 관련된 유전체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BAP1이라는 유전자에 생긴 이상이 전이와 강하게 관련돼 있었다. 전이가 발생한 환자의 83%에서 BAP1 유전자 이상이 확인됐지만, 전이가 발생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14%에서만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에 등록된 환자 75명의 자료를 활용해 검증한 결과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또 1번 염색체의 일부가 늘어나는 변화도 전이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 이 변화는 전이 환자의 58%, 비전이 환자의 18%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변화를 함께 고려해 포도막흑색종 환자의 전이 위험을 나누는 새로운 분류체계를 제시했다. 새 분류체계를 적용한 결과, 가장 낮은 위험군에서는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고, 중간 위험군의 전이율은 6%, 높은 위험군은 50%, 가장 높은 위험군은 100%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를 추정하는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포도막흑색종과 관련된 주요 염색체 변화가 평균 20대 초반에 이미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암이 진단되기보다 평균 30~40년 앞서 전이와 관련된 변화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포도막흑색종의 전이 위험이 암 진단 시점보다 훨씬 이른 단계에서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전이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에 가려내고, 환자별로 검사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동안 포도막흑색종이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았는데, 이번 연구는 아시아인의 포도막흑색종 측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승규 교수는 “포도막흑색종은 전이가 생기면 치료가 어려워, 전이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 이상과 염색체 변화를 함께 보면 기존보다 더 정확하게 전이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용준 교수는 “포도막흑색종과 관련된 변화가 암 진단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고위험 환자를 미리 선별하고 환자별 맞춤 추적관찰과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