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쪽에 이유 없이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띠 모양의 물집이 생긴다면 단순 근육통이나 피부 트러블로 넘겨서는 안 된다.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대상포진’ 초기 증상일 수 있어서다. 증상이 나타난 뒤 72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 병변이 회복된 뒤에도 극심한 통증이 이어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진료가 중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와 함께 대상포진의 증상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수두 바이러스 잠복하다가, 면역력 떨어지면 재활성화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앓은 뒤 몸속에 남아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다시 활동하면서 생긴다.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동안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노화나 스트레스, 과로,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바이러스는 신경을 따라 이동하며 통증과 발진, 물집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50대 이후 흔한 대상포진, 여름철 더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질병코드 B02) 환자의 60% 이상은 50대 이상이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중장년층에 환자가 집중돼 있다. 계절별로는 여름철에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월별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7~8월에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2월보다 평균 약 26% 많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는 “여름에는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 차와 무더위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면역 기능이 약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대상포진은 중장년층에서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만성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30대 환자도 자주 내원하고 있어 젊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집보다 먼저 오는 ‘찌릿한 통증’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보다 통증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몸 한쪽이 찌릿하거나 콕콕 쑤시는 느낌으로 시작해 칼로 베는 듯하거나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 화끈거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열·오한·근육통·피로감 등이 동반되기도 해, 감기몸살이나 장염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증상은 보통 2~5일간 지속되며, 이후 통증 부위를 따라 붉은 반점과 수포가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수포는 10~14일에 걸쳐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고 딱지로 변하며, 피부 병변은 대개 2주 정도 지나면 호전된다.
치료 늦으면 극심한 ‘신경통’ 수년간 지속
피부 병변이 호전돼도 손상된 신경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이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이상감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옷이나 머리카락이 스치는 가벼운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통증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고, 수면장애와 우울감을 동반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러한 신경통은 △고령층일수록 △면역저하자일수록 △안면부에 발생한 경우일수록 △초기 통증이나 발진이 심할수록 △항바이러스 치료가 늦어질수록 발생 위험이 높다.
치료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72시간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과 띠 모양의 붉은 반점, 물집 등을 바탕으로 진단한다. 피부 증상이 뚜렷하면 임상 양상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확인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시점이다. 대상포진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피부 병변의 회복을 앞당기고 급성 통증을 줄이는 한편, 대상포진 후 신경통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급성기 통증 조절에는 소염진통제와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스테로이드를 병행하기도 한다. 약물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으로 98% 예방… 50대 이상 접종 권고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백신 종류에 따라 50세 이상 성인 또는 성인 면역저하자에게 접종이 권고된다. 대상포진 예방 효과는 약 98%,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 효과는 약 90%에 달한다. 재발 위험이 있는 질환인 만큼 과거에 앓았더라도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단, 과거에 대상포진 병력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에 접종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평소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대상포진이 발생했다면 무리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2차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사우나나 때를 미는 목욕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순효 교수는 "많은 환자가 피부 수포에만 집중해 연고만 바르다가 항바이러스제 투여 골든타임을 놓치곤 한다”며 “몸 한쪽에 원인 모를 통증이나 띠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프] 대상포진 환자수](https://cdn.www.sciencemd.com/w533/q75/article-images/2026-08-18/3b0bae4c-aad5-4612-b265-678ca1988f23.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