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개정안 입법예고를 8월 3일(화)부터 9월 13일(월)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법률에서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지정 및 평가 등 질 관리 업무를 전문성을 가진 관계 기관에 위탁하기 위해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20년 12월에 구성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대한의사협회, 대한 간호협회, 대한병원협회, 공익위원 등 참여)를 통해서 3차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마련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가 되거나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고, 이러한 내용들이 부당한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왜냐하면 이번 개정안이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배경에는 지난 6월 한국전문간호사협회가 UA에 의한 불법 의료 행위 근절 대안으로 '전문간호사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일이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UA 업무를 추가하면 불법성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제정은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의 이러한 주장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UA 합법화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불법 UA 의료 행위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간호계마저도 제대로 된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만약 한국 전문간호사 협회의 주장처럼 전문간호사 제도를 UA 합법화의 도구로 악용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이 마련되었다면, 이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대한 병원 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자세히 밝히고자 한다.
13개 전문간호사 분야별 업무 범위가 상이하고 모호하여, 전문간호사 제도가 UA 합법화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바로 전문간호사 전문 분야를 13개 분야로 확정하고, 각 분야별로 업무 범위를 정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에 포함된 각 분야별 업무 범위 내용을 보면, 13개 분야의 업무 범위의 기준이 상이하고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먼저 전문간호사는 의료인 중에서 간호사의 한 세부 직역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의료법상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활동은 할 수가 없다.
의료법에 정의된 간호사의 업무는 다음과 같다.
가.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다.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ㆍ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라.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의료법에서 정의된 간호사 업무 규정 중에서 가장 핵심 내용은 바로 '나'목에 나와있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이다. 그런데 의료법의 하위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의 내용에는 이를 벗어나거나 해석에 따라 판단이 모호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나 13개 전문간호사 분야의 기본 업무를 정의한 부분에서 보건, 정신, 산업, 노인 분야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다른 9개 분야에서는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이라는 문구가 빠져있다.
가정 전문간호사나 감염관리 전문간호사의 경우는 업무 특성상 의사의 처방 하에 업무를 시행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어 이러한 문구가 빠져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나머지 마취, 정신, 응급, 중환자, 호스피스, 임상, 아동 전문간호사의 경우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 하에서 업무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는 '지도'라는 그 성격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행위만 있으면, 전문간호사가 해당 분야에서 어떠한 활동을 해도 무방하다고 해석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임상 상황에서 '지도'라는 개념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 복부 및 심장 초음파 대리 시행 문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법적으로 의사의 '지도'만 있으면 대리 시행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복부 초음파의 경우를 보면 실질적으로 의사의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광범위한 대리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심장 초음파의 경우는 의사의 지도가 있어도 대리 시행이 불법인 상황에서도 UA 불법 대리 시행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의료 현장에서 '지도'라는 개념이 실질적으로는 무의미한 상황에서 전문간호사 법령에 의사의 지도만 있으면 처방이 없어도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이번 개정안을 현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UA 불법 의료 행위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또한 개정안에서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여, 기존 의료법에서 정의한 '진료의 보조'보다는 훨씬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도록 바꾸어 놓은 것도 UA 불법 의료 행위의 합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응급 전문 간호가 응급 시 응급시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환자안전 측면이나 의료인 면허범위 측면에서 부당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의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응급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나와 있는 응급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내용 중 '라'목에는 응급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시술ㆍ처치ㆍ관리, 그 밖의 응급전문 간호에 필요한 업무'로 기술해 놓음으로써 응급시술을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행위로 기술해 놓았다.
앞서 밝혔듯이 이번 개정안에서 응급 전문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응급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보건, 정신, 산업, 노인 전문간호사와는 다르게 '처방 하에 시행하는'이라는 내용이 빠져있다. 따라서 응급 전문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지도만 있다면 필요한 어떠한 업무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업무 내용 중에 응급시술이 포함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응급실에서 이루어지는 응급시술이라고 하면, 기관삽관, 흉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복수 및 흉수 천자, 기관절개술, 지혈을 목적으로 한 창상봉합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면서도 매우 침습적인 의료 행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응급시술을 의사의 '지도'만 있다면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환자안전의 측면이나 의료인 면허범위의 측면에서 부당하다. 특히나 지금도 초음파실에 의사가 상주만 하고 있으면, 방사선사들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초음파가 이루어져도 '지도'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파다한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응급실에 의사가 한 명 상주하고만 있으면 '지도'가 이루어졌다고 보고 다수의 전문간호사들이 응급시술을 시행해도 불법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환자 안전의 측면에서 보면, 물론 지금의 UA처럼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기술적으로 전문간호사가 의사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응급 상황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학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폭넓은 의학 지식이 있어야만 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빠르게 변화하는 응급 환자의 상태까지 고려해서 전문간호사가 응급 시술에 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합법적인 의료 행위 여부와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해석,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 등으로 인해 법적인 분쟁의 소지도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간호사가 응급시술을 하게 되었을 때 시술이 성공적으로 되면 좋겠지만, 시술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법적 책임 소재가 애매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응급시술은 분명 전문간호사가 시행했지만, 의사에게는 '지도' 책임이 있으므로 만약 시술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시술자인 전문간호사와 의사가 동시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고, 지금까지의 판례 등을 보았을 때 의사의 책임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시술자인 의사와만 법적 다툼을 하면 되었던 상황에서 더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게 되어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이고, 의사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시행하지도 않은 시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억울한 사례들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응급 전문간호사의 응급시술 허용은 의료인 면허범위의 혼란을 직접적으로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응급 전문간호사 분야에서만 간호사의 시술을 허용해 놓았으나, 응급 상황은 중환자, 임상, 종양, 아동 등의 분야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분야에서도 응급 상황에 한정해서 전문간호사의 시술을 허용하도록 해놓는다면, 앞으로 거의 모든 임상 현장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도 전문간호사가 시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 UA 의료 행위보다 더욱 광범위한 의료 행위가 간호사들에 허용되는 것으로, 이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더욱 큰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과하다.
의료법상 전문간호사도 간호사이므로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인 '진료의 보조'의 역할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응급시술 허용 등의 내용은 상위 법인 의료법과 충돌하는 내용이므로, 법의 정당성 논란과 함께 의료인 면허체계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업무범위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의료 인간 면허 범위 관련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분쟁의 결과로 인해 검증된 전문가들에게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신만 심화되면서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표준화된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이 없어 간호대학별로 상이한 교육 이루어질 것은 자명하고 일부 부실 교육마저 우려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련 규칙 일부 개정안에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전문간호사 실무경력 인정기준과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지정기준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전문간호사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교수요원 인원과 실습 협약 기관의 조건만 명시가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과 관련된 내용은 기술되어 있지 않다.
13개 분야 전문간호사가 육성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학습 목표와 교육 과정이 필요하고, 실습 교육에는 어떠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현재 일부 간호대학들의 부실 교육 논란도 있는 상황에서, 아직 표준화된 교육과정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성급하게 시행하게 되면 부실 교육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표준화된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각 간호대학별로 상이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은 자명하고 실습 교육조차도 실습 협약 기관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 판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을 통해서 최소한의 자격 검증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환자 치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실무 능력을 좌우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의 부실은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전문간호사 제도의 성급한 시행보다는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실제 간호대 학과 수련 병원들에서 이러한 교육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결론
최근 보건복지부는 UA 합법화를 위해 노조 및 시민단체와 만든 협의체에서 UA 관련 공청회 및 시범사업 추진 계획까지 발표하였고, 서울대학병원은 자체 규정 검토를 통해서 UA 양성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전문간호사 협회가 UA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이후 보건복지부가 이번 개정안을 발표한 것을 보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정치적인 계산과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정부와 병원계 그리고 간호계가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대리 수술 논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이슈화되고 있는 불법 UA 의료 행위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정부와 병원계는 최소한의 비용을 투입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UA 합법화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간호계는 이 과정에서 불법의 사각에 놓인 민초 간호사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UA 합법화나 전문간호사 제도 활용 등 의료인 면허범위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올바른 의료시스템이 구축되고 의료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최대로 발휘할 때, 국민들은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국민 건강이 향상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파생된 불법 UA 의료 행위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불법을 무리하게 합법화하려고 시도하는 정부와 병원계, 간호계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에 본 회는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UA 합법화 시도가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